유족들 구겨진 철판 어루만지며 오열

  • 입력 2008년 1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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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2000 대표 공개 사죄… 유족들 몸싸움 벌이기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진실된 사과를 하란 말이야.”

경기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 발생 사흘째인 9일 오후 10시경 코리아2000 대표이사 공모(47·여) 씨가 이천 시민회관에 마련된 피해자 합동분향소를 처음으로 찾았다.

잠바 차림의 공 씨는 고개를 숙이며 들어갔다. 그는 희생자 위패 앞에 모인 유족들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유족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들은 공 씨를 향해 울분을 쏟아냈다.

공 씨가 걸음을 옮기는 과정에서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이 중간에서 양측을 갈라놓을 정도였다.

유족들은 이날 낮 화재 현장에서 또다시 눈물을 쏟았다.

소방관의 안내로 5명씩 조를 나눠 냉동창고에 들어선 유족 40명은 불길과 유독가스 속에서 쓰러진 가족을 떠올렸다.

실내는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는 암흑이었다. 참혹하게 변한 창고 안에서 어느 유족은 종잇조각처럼 구겨진 철판을 어루만졌다.

“우리 용걸이가 목에 불상 목걸이를 하고 다녔는데….”

이철화(38·여) 씨는 화마에 목숨을 잃은 남동생 용걸(34) 씨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잿더미를 뒤졌다.

소방관들이 ‘건물이 내려앉을 수 있으니 깊숙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말렸지만 이 씨는 동생의 유품인 목걸이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저 안쪽이 기계실이 있는 곳인데 가장 많은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소방관의 설명이 시작되자 유족들은 애써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희생자 장행만(48) 씨의 부인 나영심(46) 씨는 “TV에서 볼 때는 조그만 공장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큰 데서 불이 났으니 어떻게 살아 나와”라며 통곡했다.

장 씨의 고모 김모(69) 씨도 “어렵게 대학 들어가 열심히 기술을 배웠는데 이런 데서 죽으려고 그 고생을 했냐”며 울부짖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신원건 기자

이들은 현장에서 나온 뒤 이천시가 추도식을 위해 마련한 제사상을 보자 감정이 격해졌다.

가로 1m, 세로 60cm가량의 제사상을 뒤엎으며 “40명이 죽었는데 코딱지만 한 탁자에 국화 몇 송이 갖다 놓은 게 다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경에는 닝푸쿠이 주한 중국대사가 합동분향소인 이천시민회관을 찾아 중국인 유족을 위로했다.

닝푸쿠이 대사는 “한국 정부가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으니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며 “입국을 원하는 중국 가족이 모두 올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이천=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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