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시공-감리까지 같은 회사 ‘부실 의혹’

  • 입력 2008년 1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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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뜨거웠을까”경기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 참사가 일어난 지 사흘째인 9일 화재 현장을 찾은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이날 일부 유가족은 실신해 응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이천=신원건 기자
“얼마나 뜨거웠을까”
경기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 참사가 일어난 지 사흘째인 9일 화재 현장을 찾은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이날 일부 유가족은 실신해 응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이천=신원건 기자
“죄송합니다”코리아2000 대표인 공모 씨가 9일 오후 경기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족에게 엎드려 사죄하고 있다. 이천=연합뉴스
“죄송합니다”
코리아2000 대표인 공모 씨가 9일 오후 경기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족에게 엎드려 사죄하고 있다. 이천=연합뉴스
추가로 드러나는 의문점

경기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은 9일 ㈜코리아2000의 관계자를 상대로 화재 원인을 집중 조사했다.

또 코리아2000 대표인 공모 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불이 난 냉동창고의 인허가 과정도 수사했다.

경찰은 이날까지 신원이 확인된 시신 16구를 제외한 24구는 유전자(DNA) 대조를 통해 신원을 확인하기로 했다.

희생자 가운데 중국 동포 13명의 DNA는 이들이 함께 살았던 화재현장 부근의 임시숙소에서 확보했다.

○ 인허가 과정 의혹투성이

경기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1차 감식 결과 불이 처음 난 곳은 기계실이 아닌 창고 왼쪽 끝부분에 있는 13냉동실로 파악됐으며 발화 흔적도 일부 확인됐다”고 밝혔다.

코리아2000의 ‘호법 5호 작업일보’에 나와 있는 방열문 작업자 중 1명은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일 용접 작업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계속 수사 중이다.

또 경찰은 코리아2000이 냉동창고 용지를 8년 전에 주택 용지로 조성하는 과정에서 농지와 초지의 전용허가를 받지 않은 채 사업허가를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이천시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조사하고 있다.

이천시는 나중에 전용허가를 받는 조건으로 2000년 6월 코리아2000에 주택 건축을 위한 대지조성 사업허가를 먼저 내 줬다. 초지 전용허가가 나기 2개월 전이었다.

또 이천시는 2002년 8월 냉동창고가 세워진 농지에 대한 전용허가를 코리아2000이 받아 낸 뒤 5년 동안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았음에도 허가 취소 등의 조치를 내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농지법에 따르면 허가를 받은 뒤 2년 내에 공사를 시작하지 않거나 공사가 1년 이상 중단되면 행정기관은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

이천시 관계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조건부로 사업허가가 난 것으로 안다”며 “농지 전용허가는 사업자가 개발행위를 계속했기 때문에 취소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 사고당일 배기장치 가동 안된 듯

화재 직전까지 유증기(기름이 섞인 공기)가 창고에 가득 차 있었던 점과 관련해 냉동창고 도면에 나온 배기장치가 당일까지 가동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코리아2000의 작업일보에 따르면 에어컨 설치업체인 한우기업은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사고 전날인 6일까지 배기장치 설치공사를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험운전까지 마쳐야 배기장치를 본격적으로 가동할 수 있어 코리아2000은 사고 당일까지 배기장치를 가동하지 못한 채 임시 배기 팬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화재가 난 냉동창고의 시행사와 시공사, 감리회사까지 사실상 같은 회사인 사실이 밝혀져 부실 공사 의혹이 커지고 있다.

냉동창고 건축주인 공 씨는 창고를 지은 코리아2000의 대표이며 공사 감리업체인 코리아2000건축사무소는 코리아2000의 계열사다.

한편 공 씨는 냉동창고 사용승인허가를 받은 다음 날인 지난해 11월 6일 이천시에 조세특례제한법에 근거해 지방세 2억6000여만 원을 면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천=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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