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국내 최초 주불외교관 기록 발견

  • 입력 2007년 11월 20일 0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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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프랑스 주재 외교관의 기록이 발견됐다.

충남 아산의 선문대 인문과학연구소 구사회(국어국문학과) 교수팀은 고종 황제의 명을 받아 1901년 3월부터 1902년 2월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주프랑스 공사를 지냈던 김만수(1858∼?)의 기록을 18일 이 대학에서 열린 ‘2007 한민족문화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공개했다.

대한제국시대 주한 프랑스 외교관의 기록은 적지 않지만 주프랑스 한국 외교관의 기록은 황제의 임명장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이번에 발견된 기록은 개인 및 공무에 관한 내용을 기록한 일기책(54쪽)과 일록(日錄·62쪽), 그리고 이 두 기록에서 정부 보고용으로 공적인 내용만을 추린 주법공사관일기(駐法公使館日記·28쪽) 등 3권. 인문과학연구소 양지욱 연구원이 올해 6월 서울의 한 고서점에서 찾아냈다.

이들 기록에는 ‘일본이 영국 은행에서 5000만 원을 차관으로 빌렸다’ ‘일본 전(前) 총리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파리를 방문했는데 혹 차관 문제가 아닌가 살펴보고 있다’ 등 당시 프랑스 언론의 보도 내용과 국제 정세에 대한 분석 등이 담겨 있다.

1902년 당시 프랑스 예산의 규모와 증가율 등 프랑스의 국내 사정에 대해서도 기록하고 있다.

또 ‘본국에서 지원이 끊겨 공관 월세를 내지 못하게 돼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렸다’(1901년 10월 4일자 일기) 등을 통해 당시 대한제국의 열악한 재정 상태도 짐작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이 일기에는 김만수가 싱가포르와 스리랑카, 수에즈 운하, 이탈리아 등을 거쳐 프랑스에 입국한 뒤 다시 독일 러시아 터키 싱가포르 중국 등을 거쳐 귀국하는 과정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가 날짜별로 상세히 기록돼 있다.

구사회 교수는 “김만수의 기록은 1896년 러시아 니콜라이 2세 황제 대관식에 참석했다가 10월 21일 임금에게 복명하기까지 세계일주 내용을 기록한 민영환의 ‘환구일기(環구日記)’와 좋은 짝을 이룬다”며 “사료(史料)보다는 공식적인 국가 수행원이 남긴 기록물인 사행(使行)문학으로서 더욱 가치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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