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시, 세계적 의류업체 영원무역 본사도 유치

  • 입력 2007년 11월 1일 0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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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대구~서울 50차례 왕복하며 설득

“회장님, 우선 절부터 받으십시오.” “아이고, 이러시면 안 됩니다.”

지난해 10월 중순 서울 중구 만리동 ㈜영원무역 본사 성기학(60) 회장실.

대구시 박광길(58) 신기술산업본부장은 이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대뜸 큰절부터 했다.

박 본부장이 절을 올리자 성 회장도 자리에서 일어나 황급히 몸을 굽혔다.

‘파격적인’ 첫 인사를 한 박 본부장은 자리를 권하는 성 회장의 손을 붙잡고 “세계적인 의류업체인 영원무역을 대구에 유치하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대구의 중소 섬유업체들이 기술력은 크게 높아졌으나 이를 이끌어 줄 ‘선도업체’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영원무역이 이 역할을 맡아 달라”고 간청했다.

대구시의 기업 유치 노력 등을 소상하게 설명한 그는 “영원무역 관련 연구소와 물류센터 등을 대구로 이전하는 게 어떻겠느냐”며 성 회장에게 대구 방문을 요청했다.

박 본부장의 정성에 마음이 움직인 성 회장은 한 달 뒤 회사 중역 5명과 함께 대구를 찾아 기업 입지 여건 등을 둘러본 뒤 내부 검토를 거쳐 회사 부설 연구기관과 물류센터를 대구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영원무역은 조만간 본사를 대구로 이전하는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본부장은 31일 “영원무역이 서울 본사를 2009년까지 대구로 옮기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대구시 차원의 지원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9월 지역을 찾은 한 섬유업체 바이어에게서 ‘세계 스포츠의류 업계의 독보적인 기업인 영원무역을 대구로 유치하라’는 제안을 듣고 귀가 번쩍 뜨였다”며 “실무자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 영원무역 본사를 찾아가 성 회장을 만났다”고 말했다.

영원무역의 대구 유치를 위해 이 회사 관계자와 50여 차례나 만난 그는 대구의 우수한 호텔 시설과 교통 여건 등을 내세우고 끈질기게 설득을 편 ‘읍소작전’이 적중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원무역의 해외 생산기지가 있는 방글라데시와 베트남을 찾아가 성 회장의 숙소에서 함께 지내며 인간적인 유대를 맺은 것도 도움이 됐죠. 10월 16일 김범일 대구시장과 성 회장이 투자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할 때 제가 마련한 전국의 고택을 촬영한 사진집을 성 회장에게 드렸습니다.”

경남 창녕이 고향인 성 회장은 본가의 고택(古宅)을 복원하고 있는데 이날 박 본부장이 전해 준 사진집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크게 기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본부장은 “대구 경제 회생을 위해 열정과 집념을 갖고 또 다른 대기업을 지역에 유치하기 위해 계획을 짜고 있다”며 “또 하나의 ‘작품’을 기대해도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편 영원무역 본사가 대구로 이전하게 되면 지역 섬유패션 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1974년 문을 연 이 회사는 노스페이스, 폴로, 나이키 등 세계적인 브랜드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조하는 업체. 국내 종업원이 415명이고 해외 4개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데 올해 매출액은 73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지역 섬유업계는 세계적인 의류업체의 본사가 대구로 이전하게 되면 섬유산업 부흥의 전기가 될 것이라며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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