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여론광장/준비되지 않은 이혼은 또다른 실패의 씨앗

  • 입력 2007년 10월 19일 05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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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 해 법률상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이들 중 이혼한 부부가 1990년대 평균 30% 미만을 유지하다 2003∼2006년 38∼52%로 늘어났다. 이혼 원인으로는 성격 차가 50%에 이르고, 이어 경제 문제 15%를 꼽고 있다.

이혼이 급증하고 있지만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회복하려고 선택한 이혼’이 또 다른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시발점이 되고 있다.

이혼 당사자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들의 삶까지 파괴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혼 당사자들이 이혼 후에 닥칠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 변화에 대한 철저한 준비 없이 이혼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인천에서 운영하는 가족상담소에서는 올 초부터 이혼 과정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집단 상담을 하고 있다.

이혼을 하려는 부부에게 심리적인 독립 내지 단절 속에서 배우자를 용서해 보도록 하고, 이혼 과정에서 겪는 심리 변화 단계를 수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상담을 벌인다. 또 이혼 후 겪게 될 사회, 경제적 변화에 적응하도록 해 행복한 삶을 펼칠 수 있는지 점검하는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혼인 생활이 참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경우에 이혼은 자연스럽다. 그렇지만 현재의 혼인 상황이 힘들어서, 그곳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급급할 경우 이혼 이후 삶과 이혼 과정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어쩌면 이혼은 준비되지 않은 결혼이 가져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준비되지 않은 이혼은 또 다른 혼란을 주고, 그에 이은 재혼은 또 다른 실패를 잉태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의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세 부부가 이혼소송을 취소하고 재결합하기도 했다.

이혼을 계속 진행한 사람들도 위로를 받으면서 배우자를 이해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이들은 자신의 감정과 상대방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과 경제, 성, 자녀 양육에 대해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음을 감사해했다.

실패하지 않는 이혼을 위한 사회제도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재산 분배 등 각자의 권리를 찾는 것이나, 이혼 이후 자녀 양육 문제를 의논하는 요령, 피해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제 ‘기획 이혼’이 요구되는 시대다.

안귀옥 변호사 lawyeran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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