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잔치 책잔치 온 마을 싱글벙글

  • 입력 2007년 9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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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경남 함양군 안의면 안의초등학교 도서관 개관을 기념해 책을 가득 실은 버스가 나타났다. 신이 난 초등학교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책 버스로 달려와 책을 읽고 있다. 함양=정양환  기자
14일 오전 경남 함양군 안의면 안의초등학교 도서관 개관을 기념해 책을 가득 실은 버스가 나타났다. 신이 난 초등학교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책 버스로 달려와 책을 읽고 있다. 함양=정양환 기자
《“1 4 3 6, 네 개의 숫자로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숫자가 뭘까요?”

“…. 6431요.” “반만 맞는 말입니다. 답은 9431이에요. 누구도 ‘6’이 꼭 숫자 ‘여섯’이라고 한 적은 없죠? 숫자를 뒤집듯 발상을 전환하면 3000이란 차이 이상으로 많은 걸 얻습니다. 도서관은 아이들에게 바로 그런 역할을 해 줍니다.”

14일 오전 경남 함양군 안의면 안의초등학교. 아침 일찍부터 50여 명의 학부모가 2층 도서관을 가득 채웠다.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심리학습전문가의 특강에 다들 시간을 냈다.》

어제 개관식… 경남 함양 안의면에 ‘아주 특별한 선물’

좌중을 사로잡은 강사는 성균관대 심리학과의 김미라 교수. “안의초교에 ‘아주 특별한 행사’가 있다고 해서 새벽길을 서둘러 왔다”고 말했다. 이날은 안의초교 도서관이 ‘(사)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의 지원을 받아 학교마을도서관으로 대변신을 하는 날이었다.

특강이 끝난 뒤 학교 강당에 300여 명의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한데 모였다. 오전 11시경, 드디어 ‘안의초교 학교마을 도서관 개관식 및 글짓기 시상식’이 열렸다. 글짓기는 도서관 개관을 기념해 학부모와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한 사전 행사였다.

시끌벅적. 잠깐 폭우가 쏟아졌지만 즐거운 분위기를 잠재울 순 없었다. 정봉수 교장은 “1998년 ‘1면 1교’ 정책으로 인근 학교가 통폐합된 뒤 가장 기쁜 일”이라며 “학생과 주민 모두 어울릴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자”고 말했다.

(사)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의 대표 김수연 목사도 “500여 명의 학부모가 서명한 감동적인 도서관 청원서가 함양에서는 처음으로 안의초교에 학교마을도서관을 짓게 이끌었다”고 화답했다.

이날 오후에는 ‘인형들이 들려주는 재미있는 책 이야기’란 주제로 인형극과 마술, 복화술이 이어져 아이들은 흠뻑 빠져들었다. 운동장에서는 고학년생을 위해 ‘책 버스 타고 책 읽기’ 행사가 동시에 열렸다. 학생들은 45인승 대형 버스를 개조한 책 버스에 올라 마냥 신기해했다.

안의초교의 학생 수는 유치원(51명)을 포함해 322명. 시골 학교 치고 많은 편이지만 갈수록 학생이 줄고 있는 전형적인 시골 학교다. 30년 전만 해도 학생이 2000명이 넘던 학교. 평교사 시절 이 학교에 근무했던 정 교장은 내년 퇴임을 앞두고 뭔가 특별한 걸 학교에 남기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학교마을도서관 사업이 오늘 결실을 이룬 것.

안의초교의 도서관이 마을도서관으로 발돋움하기까진 열정적인 학부모들의 힘도 컸다. 학부모 독서토론모임인 ‘자운영’은 이 학교의 자랑. ‘자운영’은 학부모 20여 명이 2005년부터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도서관에 모여 자녀와 자신의 독서에 대해 논의한다. 매주 목요일엔 저학년에게 책 읽어 주는 시간도 갖는다. 자운영이란 이름은 봄에 활짝 피어나 여름엔 비료가 되는 꽃 이름에서 따왔다. 자녀 독서교육에 밑거름이 되고픈 마음이 담겼다.

이남숙(46) 자운영 회장은 “부모가 책을 드니 아이도 따라서 책을 가까이 한다”면서 “주민이 함께하는 도서관 역시 자녀들이 자연스레 책 문화에 젖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꼭 필요했던 곳”이라고 기뻐했다.

함양=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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