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꿈 꼭 실현” 온 시민 하나로… 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 D-102

  • 입력 2007년 8월 17일 03시 11분


11일 전남 여수시 돌산읍 해양수산과학관 앞에서 엑스포 관광열차를 타고 전국에서 모인 관광객들이 여수세계박람회 유치 성공을 기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제공 여수시
11일 전남 여수시 돌산읍 해양수산과학관 앞에서 엑스포 관광열차를 타고 전국에서 모인 관광객들이 여수세계박람회 유치 성공을 기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제공 여수시
《이번 주 일요일인 19일은 2012 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 ‘D-100일’. 지난해 5월 개최지 신청을 한 전남 여수시는 박람회 유치로 ‘세계 속의 해양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열기로 가득했다. 시민들은 5년 전 유치 실패의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겠다며 유치 활동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2012 세계박람회 개최지는 11월 26,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142차 세계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결정된다.》

○시민들, 아프리카 봉사활동

16일 여수시 학동 여수시청.

3층 사무실에 ‘여수 지구촌사랑나눔회’라는 간판을 내건 성병화(60) 사무국장은 “온 시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나섰기 때문에 이번에는 꼭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임은 여수지역 경제계, 종교계, 문화계, 의료계 등 각계 인사 400여 명이 지난달 말 결성한 봉사단체로 아프리카 13개 BIE 회원국을 돕기 위해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모금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총 4억 원을 모아 의약품, 학용품, 생필품, 중고 컴퓨터, 모기장, 축구공 등을 구입해 아프리카 BIE 회원국을 방문해 전달하고 의료 봉사활동도 벌이기로 했다.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아프리카 BIE 회원국에 인류애를 실천하는 여수 시민의 역량을 보여 줌으로써 유치에 보탬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광중(49) 여수시 행정계장은 “아프리카 서북쪽에 있는 모로코가 유치 경쟁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봉사단체를 만들었다”며 “회원들이 민간 외교사절로서 한몫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시, 유치 분위기 확산 잰걸음

오현섭 여수시장의 발길도 바빠지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주한 네덜란드대사관과 영국대사 공관을 잇달아 방문했다.

오 시장은 한스 헤인스브루크 주한 네덜란드 대사와 만나 “6·25전쟁까지 참여했던 한국의 전통적 우방국 네덜란드가 여수의 박람회 유치를 도와줬으면 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오 시장은 네덜란드인 하멜이 조선에 억류됐다 1666년 여수 앞바다를 통해 고향으로 돌아간 인연까지 내세우며 지지를 부탁했다.

여수시는 이전의 유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막판까지 열성을 쏟을 방침이다.

20일 오후 7시 종화동 해양공원에서는 ‘D-99일 카운트다운 선포식 및 유치 성공을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유치 분위기 확산에 나선다.

이날 행사에는 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 김재철 세계박람회 유치위원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박준영 전남도지사 등과 여수시민 5000여 명이 참가한다.

종화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성환(53) 씨는 “엑스포 유치를 다짐하는 뜻 깊은 날이기 때문에 이날 가게 문을 닫고 행사에 참가할 것”이라며 “4월 현지 실사 때 좋은 평가를 받아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면 꿈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다음 달 12∼16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2차 BIE 국제심포지엄 때 여수를 찾을 BIE 회원국 정부 인사와 BIE 사무총장, 의장 등을 대대적으로 맞이하는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시가지를 꽃으로 꾸미고 공항과 거리에서 참가국 국기와 엑스포기를 흔들며 환영하는 등 4월 BIE 현지실사 때 보여 줬던 시민들의 유치 열정을 재연할 계획이다.

○정부, 경제계도 적극적 유치전 펼쳐

정부와 경제계도 유치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는 유치 지원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마련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이 개인 자격으로 투표해 개최지를 결정하는 올림픽과 달리 박람회 개최지 선정 투표는 정부 대표들이 한다. 이 때문에 회원국을 대상으로 펼치는 외교전이 더욱 치열하다.

정부는 아직 개최국 지지 결정을 내리지 않은 유럽, 아프리카, 중동 등 ‘전략지역’에 장관급 고위 사절단을 파견해 회원국들의 ‘표심’을 공략할 방침이다.

경제계도 대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치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미 유치전에 뛰어든 현대·기아차그룹 외에도 삼성전자, LG전자, SK 등 국내 12개 대기업은 연고가 있는 BIE 회원국을 상대로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회장, 사장들로 구성된 민간 최고경영자(CEO) 사절단을 파견하고 있다.

여수=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모로코 경계령… 국왕까지 나서 ‘황제외교’

최근 모로코가 국가적 역량을 모아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경쟁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모로코는 최근 국왕이 나서서 98개 BIE 회원국 중 16개 왕국의 국왕들을 상대로 하는 ‘황제 외교’를 펼치고 있다.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오만, 카타르, 요르단 등 왕국끼리 맺어온 끈끈한 네트워크가 강점이기 때문이다.

모로코는 이들 국가 외에도 아프리카, 남부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경제 규모와 개최 능력, 안전 문제 등에서 한국이 모로코를 앞서고 있지만 모로코가 ‘아랍 이슬람 국가 중 첫 신청국’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국제사회에 감성으로 호소할 경우 만만찮은 상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람회 유치 외교전의 수위를 더욱 높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종곤 유치위원회 국제협력본부장은 “모로코가 워낙 활발하게 움직여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며 “강원 평창의 선례에서 보듯 투표는 마지막 뚜껑을 열어 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총리실과 외교통상부 등이 유치 성공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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