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가는 고시촌

  • 입력 2007년 8월 1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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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으로 상징되는 서울의 고시촌이 ‘강남’으로 이동하고 있다.

2009년 3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개교할 예정인 가운데 대형 고시학원들이 강남지역에 분원을 내는 등 로스쿨 특수를 겨냥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고시학원들은 대학생 고시 수험생보다는 낮에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로스쿨 강좌를 수강하는 ‘샐러던트’들을 주요 고객으로 보고 있다.

▽고시학원 앞 다퉈 강남 이전=서울 관악구 신림동 ‘합격의 법학원’은 지난달 강남구 역삼동에 ‘합격의 로스쿨 학원’이란 분원을 냈다.

이 학원은 25일 강남지역 직장인을 대상으로 로스쿨 설명회를 열고, 다음 달 13일부터 강의에 들어갈 계획인데 수강생이 200명은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석배 로스쿨 TF팀 차장은 “로스쿨이 본격 도입되면 고시촌도 새로운 환경에 맞게 변신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론 전문직 종사자가 밀집한 강남이 고시촌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준비학원인 김영한국대학편입사와 남부행정고시학원도 강남 지역에 로스쿨 학원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법학적성시험(LEET) 강좌를 개설한 베리타스법학원 류원기 원장은 “기존 고시학원뿐 아니라 입시학원과 논술학원 등 10여 곳이 강남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며 “로스쿨은 학부 졸업 뒤 진학하기 때문에 대학생 대상의 신림동보다는 직장인이 많은 강남 지역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로스쿨 전문학원들은 현재의 사법시험 교육시장이 연간 300억∼400억 원 수준인 반면 로스쿨은 10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로스쿨 학원들은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에다 자습실 영상학습실 등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수험생을 유치하고 있다.

▽직장인 “로스쿨로 경쟁력 높이자”=대학 때 사시를 준비하다 현재 경제연구원에 근무 중인 김모(30) 씨는 로스쿨에 진학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전업 법조인이 될 생각은 없다”며 “현재 업무 성격상 다양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데 법률 지식과 자격을 갖춰야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 인터넷 카페에 개설된 서울대로스쿨입시연구회는 1개월 만에 1만2000여 명이 가입했다. 지역마다 스터디 모임이 활발하고 강남권의 경우 10여 개나 된다.

카페 관계자는 “남성은 30대 중반, 여성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회원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강남 회원의 경우 70%가 대기업 직원이거나 의사, 세무사, 변리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많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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