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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7월 3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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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들이 꿈꾸던 아름다운 사회는 어느덧 사람들에게 지옥처럼 여겨진다. 세상은 점점 그네들을 두려워하고 미워하지만, 이상주의자들은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자신의 꿈만 바라보며 사는 까닭이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우리 젊은이들을 납치했단다. 탈레반은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 정당하다고 외친다. 약한 이들은 강한 자들을 군대로 이기지 못한다. 그러니 암살이나 시설 파괴 같은 방법에 기댈 수밖에 없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탈레반의 납치나 테러도 ‘전쟁행위’로 보아줄 수는 없을까?
그러나 수단은 목적 자체를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법학자 돔브로스키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든다. 내가 산 새 차를 무척 시기하던 이웃이 있었다. 이웃은 내 차 옆에 자신의 낡은 트럭을 세워놓았다. 그러곤 트럭을 뺄 때마다 내 차에 조금씩 흠집을 내곤 했다. 화가 난 나는 이웃의 아내를 납치했다. 그리고 내 차 옆에 묶어 놓았다. 계속 긁으면 가만 안 있겠다는 강력한 경고를 보낸 셈이다.
이럴 때 나의 행동은 정당할까? 이웃의 잘못은 분명하다. 하지만 나의 처신은 결코 옳지 못하다. 내가 한 짓을 아는 이들은 누구나 나를 비난할 것이다. 수단이 정당한 목적을 망치고 되레 부끄럽게 만든 경우다.
탈레반의 납치를 생각해보자. 탈레반은 이슬람 이상주의자들이다. 이슬람은 사랑과 평화의 종교다. 그런데도 그들은 동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을 납치하고 목숨을 위협했다. 과연 이런 ‘수단’이 탈레반들의 목적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까? 오히려 그네들이 꿈꾸는 아름다운 꿈을 세상 사람들은 악몽으로만 여기게 될지 모른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timas@joong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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