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차질 암환자 500여명 “생명 꺼져가는데…”

  • 입력 2007년 7월 3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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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33병동에 입원 중인 소아암 ‘신경모세포종’ 말기 환자 이혜인(6) 양은 이달 초 항암제를 바꿨다.

항암제를 사용하면 환자의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 등 사소한 질병에도 잘 감염된다. 이 때문에 병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선 임상 검사를 많이 해야 한다. 이 양은 치료약까지 바꿨기 때문에 약에 대한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어 전보다 검사를 더 많이 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9일 연세의료원 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하며 이 양은 오히려 꼭 필요한 검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양의 어머니는 “매일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파업 이전 환자들이 받을 수 있는 검사 항목은 800개였으나 파업 21일째를 맞은 29일에는 107개(13%)로 뚝 떨어졌다.

수술 차질도 심각하다. 의료원에 따르면 평일 수술률은 파업 이전과 견줘 60%, 외래진료는 70% 정도에 불과하다. 수술 관련 외과계 16개 병동 간호사 중 71%가 파업에 동참해 암 환자의 수술 진행이 불가능하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이미 2, 3개월 전에 수술이 예정됐으나 파업으로 수술을 받지 못한 중증 암 환자는 5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일반병동 49개 중 7개 병동이 폐쇄돼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 수가 2000여 명까지 치솟았다. 치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의 수도 2500여 명에 달한다.

상황이 악화되며 환자들의 불만도 폭발 직전이다. 24일 파업을 견디다 못한 신촌 세브란스병원 환자 127명은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노사 양측에 전달했다.

환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병원 내에서 파업 시위를 하던 노조는 25일부터 ‘재택 투쟁’으로 바꿨다.

한편 연세대의료원은 노사 양측이 실무협상을 가졌으나 별다른 합의 사항을 도출해 내지 못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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