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학력위조 의혹' 2005년에 임용때 공식 제기

신정아(35·여) 동국대 조교수의 학력위조 의혹이 2005년 임용 당시와 올해 초 등 최소한 2차례에 걸쳐 학내에서 제기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학교측이 오래 전에 의혹을 파악하고서도 검증을 소홀히 하거나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종옥 동국대 교수회장은 13일 "신정아 조교수가 2005년 임용될 때 예술대학 소속 교수들이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했으며 오모 교수가 홍기삼 당시 총장을 만나 의혹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당시 예술대학과 문화예술대학원 교수들은 신씨가 예일대에서 받았다는 학위가 가짜임이 확실하다고 보고 극구 채용에 반대했으나 학교측은 이를 묵살하고 특채 임용을 강행했다고 이 회장은 전했다.

그는 "미술사 전공으로 뽑힌 신씨가 예술대학이 아니라 문화예술대학원에 배치됐다가 6개월 휴직하고 교양교육원으로 소속이 변경된 것은 교수들의 반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2월 15일 열린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제226차 이사회에서는 신정아 씨의 박사학위 위조와 논문 표절을 보여 주는 각종 진술서와 논문목록 등 증거자료가 제출됐으나 이 또한 재단과 학교측에 의해 무시됐다.

당시 의혹을 폭로한 장윤(법명 장윤) 이사는 "진짜 학위일 경우 내가 책임지겠다. 그러나 거짓 학위로 밝혀질 경우 임용 심사자와 (당시 홍기삼) 총장은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라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학교측은 추가 검증 시도조차 하지 않고 3개월여를 보내다가 5월 29일 열린 제228차 이사회에서 장씨를 이사직에서 해임했다.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임용택(법명 영배) 이사장에 의해 상정된 장 이사 해임안건은 장 이사를 제외한 참석 이사 9명 전원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오영교 현 총장 역시 이사 자격으로 참석해 장 이사 해임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임 이사장은 당시 안건을 상정하면서 "장윤 이사가 본 법인 집행부에 대해 여러 고발 및 진정을 했으나 그 결과는 무혐의였으며 또한 226회 이사회에서 신 조교수의 학위취득에 관해 허위사실을 발언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상일 학사지원본부장은 이사회에 "신 조교수의 박사학위 진위에 대해 여러 가지 검증방법을 거쳤으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이 됐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는 신빙성이 높은 새로운 증거가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측이 추가 검증 시도조차 하지 않고 타당한 의혹 제기를 허위 주장으로 몰아 이사 해임을 강행했음을 뜻하는 것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해임 안건 관련 논의·보고사항 중 대부분은 장 이사가 제기했던 신 조교수의 학력위조 의혹 관련 사항이었다.

이 때문에 학계, 미술계, 불교계 등에서는 그 동안 장 이사가 `보복 해임'을 당했을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동국대측이 거듭된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검증을 하지 않은 데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해임안의 만장일치 가결에 참가한 동국대의 한 이사는 "장 이사가 지금까지 고소고발, 소송 등으로 재단·학교 관계자들과 문제를 일으킨 데 대한 책임을 총체적으로 물은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5일 프랑스 파리로 출국한 신정아씨는 예정과 달리 이날 오전 귀국하지 않았으며 이날 오후 도착 예정인 항공편 예약명단에도 이름이 올라 있지 않았다.

신씨는 지난 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최대한 일정을 당겨 12일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광주비엔날레측에는 "13일 오전 귀국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한 바 있다.

신씨는 재직중인 성곡미술관과 동국대 양측에 사표를 제출한 상태여서 장기간 해외체류 준비를 갖추고 출국했던 것 같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