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민 ‘反파업’ 머리띠 두른다

  • 입력 2007년 6월 18일 02시 59분


금속노조가 이달 말로 예고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비판하는 유인물이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식당에 비치돼 있다. 울산=연합뉴스
금속노조가 이달 말로 예고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비판하는 유인물이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식당에 비치돼 있다. 울산=연합뉴스
“현대차 노조 정치파업 강행 땐 우리가 막겠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옛 현대자동차 노조)가 이달 말로 예정된 금속노조의 정치파업을 강행키로 하자 노조 내부에서 파업 거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현직 노조 대의원들이 정치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유인물을 뿌리며 조합원들의 파업 불참을 유도하고 있다. 울산지역 경제계 등으로 구성된 시민단체들도 불법 파업에 강력 대응키로 하는 등 현대차 노조 지도부는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거의 매년 파업=현대차 노조는 금속노조의 방침에 따라 25일부터 29일까지 2∼6시간씩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가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부분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금속노조 이상욱 현대차 지부장은 “일부 조합원의 반발이 있지만 금속노조 집행부의 철회 결정이 없는 한 예정대로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은 17일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미 FTA가 노동자의 고용문제, 삶의 질을 파괴할 것이기 때문에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한 해(1994년)를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19년 동안 총 326일간 파업을 벌였다. 지난해에는 파업일 수 32일 중 12일이 근로조건 개선과 관련 없는 ‘정치파업’이었다. ▽빨간 조끼 반납=현대차 전 대의원 대표이자 민주노동당 소속 지방의원 출신인 A 씨는 ‘명분과 실익 없는 정치파업은 철회되어야’라는 제목의 유인물에서 “금속노조의 결정사항이니까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은 민주를 가장한 독선”이라며 “민주적 절차인 조합원 찬반 투표도 없는 파업을 수긍할 수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고 주장했다.

노조 집행 간부를 지내고 노조 대의원을 9번이나 한 현 대의원 A 씨는 16일 호소문을 통해 “조합원 대다수는 고용불안 때문에 이번 정치파업에 상당한 부담을 갖고 있다”며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그는 대자보를 붙인 뒤 대의원의 상징인 빨간 조끼와 명찰을 노조에 반납하고 대의원을 사퇴했으며, 조합원 제명까지 감수하겠다고 했다.

현대차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조합원 찬반투표 없이 정치파업에 동참키로 한 8일부터 파업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글이 하루 100여 개씩 게재되고 있으며, 일부 조합원은 정치파업 반대 서명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들끓는 시민여론=현대차 지부의 파업 계획이 알려지자 울산시민들은 “올 1월 파업을 벌인 지 5개월여 만에 또 파업이냐”며 반대여론이 들끓고 있다. 울산지역 140여 개 시민·사회·경제단체로 구성된 ‘행복도시 울산 만들기 범시민협의회’(회장 이두철 울산상의 회장)는 현대차 노조가 정치파업에 동참하면 피켓 시위와 함께 시민 수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규탄대회를 벌일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협의회는 “노조의 정치파업은 명백한 불법이자 울산경제는 물론 국가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라며 “끝내 파업을 강행하면 범시민적 저항과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 김모(34) 씨는 “시민들의 지지가 없는 데다 조합원 반대도 만만찮은 현실에서 파업은 노조 불신만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현대자동차는 정치파업을 강행할 경우 파업기간 중 생산 손실이 6500여 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파업 강행시 노조를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로 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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