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7년 6월 11일 03시 0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시청역 1, 7, 8번 출입구를 중심으로 한 ‘시청광장 지하쇼핑센터’는 1968년 김현옥 당시 서울시장이 “방공호를 겸한 지하상가를 만들라”라고 지시해 지어졌다. 지하공간을 활용한 첫 사례이자 서울 최초의 지하상가였다. 이때부터 시민들은 시청, 무교동에서 명동으로 건너가려면 횡단보도 대신 이 지하도를 이용해야 했다.
현재 쇼핑센터는 시청 방향 출입구부터 2호선 을지로입구역 방향까지 54개 가게가 널찍이 간격을 두고 퍼져 있지만 설립 초기에는 조그마한 가게 76개가 두 줄로 다닥다닥 붙은 답답한 모양새였다. 지금의 구조가 갖춰진 건 1984년 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면서다.
쇼핑센터 설립 직후에는 민간사업자인 ‘정태섭 상인자치회’가 운영을 맡았다. 13평형 잠실 2단지 아파트가 60만 원하던 시절 3평 남짓한 상가의 보증금이 무려 100만 원이었다고 한다. 쇼핑센터 김삼택 상인회 회장은 “비싼 보증금에도 불구하고 지하상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 입주 희망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1984년 서울시가 지하상가를 매입한 뒤부터는 서울시설관리공단이 운영을 맡고 있다.
설립 초기에는 영업도 성황이었다. 강남이 개발되기 전이라 주요 회사와 상권이 명동에 집중돼 있었고 무교동과 시청 쪽에서 명동으로 건너가려면 반드시 지하상가를 거쳐야 했기 때문에 유동인구가 많았다. 특히 웨스틴조선호텔, 서울프라자호텔 등 인근 호텔에 묵는 일본 관광객을 겨냥한 양장점이 인기였다.
그러나 소공동과 명동 일대 상권이 발달하고 대형 쇼핑센터가 들어서면서 지하쇼핑센터는 점점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4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이 조성되고 프라자호텔 쪽으로 횡단보도가 놓인 뒤로는 통행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영업이 어려워지자 문을 닫는 가게가 늘어 현재 공실이 10여 개에 이른다. 약국은 편의점으로, 옷가게는 커피점으로 업종이 바뀐 가게도 늘었다. 1968년부터 이곳에서 속옷·양말 가게를 운영해 온 박용관 씨는 “3일 내내 공치는 가게도 꽤 된다. 모든 상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