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날… “한열이가 되살아온다”

  • 입력 2007년 6월 9일 03시 08분


1987년 6월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씨 20주기 추모제가 서울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에서 열렸다. 이 씨의 어머니 배은심 씨가 2004년 훼손돼 이날 새로 완성된 이 씨의 영정 앞에서 분향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1987년 6월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씨 20주기 추모제가 서울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에서 열렸다. 이 씨의 어머니 배은심 씨가 2004년 훼손돼 이날 새로 완성된 이 씨의 영정 앞에서 분향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진원지였던 서울 중구 명동성당. 당시 시위대가 성당 입구 광장에서 태극기를 들고 ‘호헌철폐, 독재타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진원지였던 서울 중구 명동성당. 당시 시위대가 성당 입구 광장에서 태극기를 들고 ‘호헌철폐, 독재타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87년 6월 10일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을 굴복시키고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낸 ‘6월 민주항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날이다. 19일 동안 전국의 대학에서, 직장에서 몰려나온 대학생과 넥타이부대들은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쳤고 거리는 뜨거운 함성으로 뒤덮였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다. 6월 항쟁으로 봇물 터지듯 표출된 국민의 민주화 열망은 그 이후 한국 사회를 빠르게 민주화의 길로 이끈 원동력이 됐다. 6월 항쟁 20주년을 맞아 그때의 민주화 열풍을 재현하는 대규모 행사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해 6월 9일 시위 도중 최루탄에 맞아 숨진 연세대 경영학과 학생 이한열 씨를 추모하는 행사가 8일 연세대에서 열렸고, 9∼10일에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등에서 추모 및 민주화 기념행사가 이어진다. 서울대에서는 그해 1월 경찰의 물고문으로 숨져 6월 항쟁의 사실상 시발점이 됐던 당시 언어학과 학생 박종철 씨 추모행사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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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에서…20년 전의 함성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9일 오후 4시부터 20년 전 투쟁의 장소이자 수십만 명의 군중이 운집했던 서울광장에서 ‘이한열 열사 20주기 추모제’를 열고 그 자리에서 ‘민주주의 시민축제’를 이어서 진행한다.

20년 전에는 ‘투쟁의 함성’이었다면 지금은 ‘기쁨의 환호성’이 울린다. 한국 현대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전이 열리는 가운데 대학생들은 힙합 공연을 한다.

6월 항쟁 당시 이한열 씨의 장례식 때 한풀이 춤을 춰 시민들의 눈시울을 붉게 했던 서울대 체육교육과 이애주 교수도 20년 만에 서울광장에서 춤을 선보일 예정이다.

같은 날 아침 YMCA는 ‘20년 전 6월 우리가 하나였듯 지금도 하나가 되자’는 취지에서 서울, 대전, 대구, 광주 등 전국 12개 도시에서 동시에 ‘대한민국 하나로 잇기 국민대행진’을 벌인다.

이 행사 참여를 위해 8일 현재 5000여 명이 신청했으며 행사가 끝난 뒤 12개 도시에서 시민들이 함께하는 ‘민주화 축제’가 열린다.

6월 항쟁 당일인 10일에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한국진보연대(준) 등 1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서울광장에 모여 ‘6월 항쟁 20주년 계승 범국민 대행진’을 열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는 6월 항쟁 20주년이라는 뜻 깊은 날이기 때문에 2만∼5만 명의 시민이 모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대학에서…총장도 추모 편지를

서울대에서는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박종철 씨를 추모하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대학 측이 적극적으로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서울대는 1987년 1월 물고문으로 숨진 박종철 씨의 추모행사에 여념이 없다. 서울대는 7일 ‘민주화운동 기념사업 선포식’을 열었고 이 행사에 총학생회도 함께했다.

또 서울대 언어학과와 ‘박종철기념사업회’는 6월 항쟁 20주년을 맞아 언어학과 사무실 앞 공터를 ‘박종철 광장’으로 조성하고 인문대 안에 ‘박종철 강의실’ 또는 ‘박종철 도서관’을 마련할 것을 학교 측에 제안했다.

연세대 역시 학생뿐 아니라 총장과 대학 기관까지 이한열 씨 추모 물결에 동참하고 있다.

연세대 정창영 총장은 학기를 마치며 7일 학생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이 씨와 관련된 이야기를 절반 이상 썼다. 1987년 이후 그동안 학생들 차원에서 추모행사는 있었으나 총장이 나서 ‘이한열 추모 편지’를 보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정 총장은 편지에서 “이한열 군의 희생을 안타까워했던 국민들의 마음속에 민주주의를 위한 열망은 불꽃처럼 타올랐고 마침내 우리는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다”면서 “이 군의 고귀한 희생은 독재의 암울한 시대를 종식시키고 민주주의 시대로의 이행을 가능케 했던 귀한 씨앗”이라고 썼다.

정 총장은 이어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20년 전 교정에서 채 다 피지 못하고 한 송이 꽃으로 쓰러져 갔던 이 군의 고귀한 뜻을 되새기는 길”이라고 학생들에게 조언했다.

연세대는 또 1300여 개의 수업이 개설된 사이버강의 홈페이지에 ‘6월의 인물’로 이 씨를 선정하고, 약력과 사진을 게재했으며 학생들은 8일 ‘이한열 열사 20주기 추모제 기획단’을 꾸려 낮 12시부터 오후 11시경까지 추모행사를 열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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