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의원이 지자체 전산망 해킹 지시

  • 입력 2007년 4월 30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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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국회의원이 정부의 전산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을 밝히기 위해 보좌관을 시켜 지방자치단체 전산망을 해킹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조주태)는 29일 보좌관에게 지방자치단체의 정보통신망에 침입할 것을 지시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민주노동당 이영순(45·사진)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실은 2005년 9월 행정자치부가 발주한 ‘시군구 정보화 공통기반 시스템 구축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대기업 S사가 선정되자 시스템 보안성의 문제와 심사의 공정성 등을 지적하며 정보기술(IT)업체 직원 2명에게 S사가 만든 프로그램을 시험 가동 중인 경기 파주시의 전산망에 침입할 것을 부탁했다.

업체 직원들은 자신들의 노트북 컴퓨터로 파주시의 전산망에 무단 접속했고 같은 해 10월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행정자치부 국정감사에서 이 의원은 “이 시스템의 소프트웨어에 문제점이 있다”며 직접 해킹해 본 과정을 담은 동영상 자료를 함께 공개했다.

파주시는 경찰에 고소했지만 경찰은 지난해 3월 ‘국감자료 확보는 국회의원의 직무에 속하므로 면책 대상’이라는 이유로 업체 직원 2명을 처벌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검찰에 전달했다.

하지만 검찰은 불법적인 자료 확보는 면책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해 7월 이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임모(44) 씨와 직원 2명을 정보통신망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1, 2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검찰은 이 의원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이 의원은 이에 응하지 않은 채 “보좌관에게 해킹을 지시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서면 진술서만 제출했다.

검찰은 임 전 보좌관이 “이 의원의 지시를 따랐다”고 진술한 점, 국정감사 이전에 S사 프로그램의 기술적 문제점 등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보도 자료가 의원실 명의로 배포된 점 등으로 볼 때 이 의원이 해킹을 지시했고 면책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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