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바꿔 '1인4역' 억대 가로챈 사기범

  • 입력 2007년 3월 28일 17시 34분


충남 태안에 건물을 갖고 있는 A(65) 씨는 지난해 2월 "서울 강남에 있는 부동산업체 직원인데 건물을 팔 생각이 있느냐. 90억 원을 받아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김모(31) 씨. A 씨가 팔겠다고 하자 김 씨는 "먼저 건물 가격을 평가받아야 한다"며 감정평가업체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이 전화번호는 실제로는 김 씨가 사용하는 이른바 '대포폰' 번호였다.

A 씨는 이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김 씨는 목소리를 바꿔 "감정평가업체 직원인데 사장님을 바꿔주겠다"고 한 뒤 다시 목소리를 변조해 사장 행세를 하며 "먼저 감정 비용 250만 원을 송금해야 한다"고 말했다.

며칠 뒤 A 씨는 부동산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김 씨는 "감정평가서를 받으려면 1500만 원이 더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김 씨는 이틀 뒤 목소리를 바꿔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건물을 사려는 의사인데 계약을 할 테니 감정서를 가지고 오라"고 말하는가 하면 인장을 찍는데 필요한 비용이라며 2000만 원을 요구해 받아내기도 했다.

목소리를 바꿔가며 부동산업체 직원, 감정평가업체 사장 및 직원, 건물 구입 희망자 등 '1인 4역'을 한 셈.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서범정)는 28일 이 같은 수법으로 A 씨 등 피해자 5명에게 1억8000여만 원을 받아 가로챈 김 씨와 공범 2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공범 1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장택동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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