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실형 선고땐 확 마시려고…”

  • 입력 2007년 3월 26일 02시 56분


무고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40대 피고인이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이 내려질 경우 판사 앞에서 항의 표시로 마시려고 농약을 준비해 법정에 들어가려다 청원경찰의 검색에 걸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25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김모(45) 씨는 23일 선고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을 찾았다. 이때 김 씨의 웃옷 주머니에는 농약이 담긴 100mL짜리 홍삼음료 병이 들어 있었다. 이날 재판에서 자신에게 실형이 선고되면 항의 표시로 법정에서 마시기 위해 준비한 것.

그러나 5층 법정으로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1층 검색대를 지나는 순간 법원 청원경찰의 검색에 걸리고 말았다. 휴대용 검색봉으로 검색하던 청원경찰 이경구(43) 씨는 김 씨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을 수상히 여겼고 주머니를 뒤져 병을 찾아냈다.

김 씨는 “평소에 먹는 약”이라고 둘러댔지만 이 씨는 “냄새가 심해 법정에 갖고 들어갈 수 없으니 재판이 끝나면 돌려주겠다”며 농약병을 빼앗았다.

공교롭게도 김 씨는 이날 재판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고 말았다. 김 씨는 구치소로 가기 직전에 “사실은 오늘 농약을 준비해 왔다”고 구치소 직원에게 실토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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