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10분이 우리 아이를 바꿔 놓았어요”

  • 입력 2007년 3월 23일 0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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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걸었더니 점심식사가 훨씬 맛있어요.” 22일오전 8시 대구 북구 동천동 북부초등학교 운동장. 교문을 들어선 어린이들은 가방을 한쪽에 놔두고 운동장을 걸었다. 160m 트랙을 학년별로 4∼8바퀴씩 걷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15분. 몸이 불편한 일부 학생을 제외한 전교생 1000여명이 거의 날마다 이처럼 걷는다.》

오전 8시 반까지 운동장 걷기를 마치면 이어 10분 동안 아침독서를 한다.

8바퀴를 돈 전교어린이회장인 6학년 정다은(12) 양은 “친구들과 손을 잡고 이야기하면서 걸으니 기분이 상쾌해진다”며 “걷기를 시작한 후 공부도 더 잘되고 급식시간도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아파트들에 둘러싸여 있다.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취학아동이 늘어나 1995년 9월 개교했다.

학교 측이 ‘아침 10분 걷기’를 이달 14일부터 시작한 것은 학생 대부분이 아파트에 사는 데다 자동차를 타는 시간이 많아 걷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오전 7시 반에 출근하는 신호성(54) 교장은 이달 초 교장실 창문을 통해 운동장을 가로질러 등교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다 ‘잠깐이라도 운동장을 걷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잠이 덜 깬 채 등교하거나 굳은 표정으로 마지못해 학교에 오는 듯한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신 교장은 교문 앞에 아침 10분 걷기를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었고 담임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걷기가 건강을 다지고 학교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침 10분 걷기를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나자 학교에는 적잖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오전 2시간 수업을 마치고 나눠 주는 우유를 마시지 않고 집에 가져가는 학생이 눈에 띄게 줄었다. 또 급식(점심) 때 음식을 남기는 사례도 줄고 있다.

신 교장은 “무엇보다 아이들의 아침 표정이 밝아졌다”며 “1학기 동안 아침 걷기가 정착되면 가을에는 학교 뒤 함지산에서 학부모가 참여하는 ‘어린이 등산대회’를 열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 동구 효목동 효동초등학교(교장 김부기) 학생 500여 명은 지난해 3월부터 매일 등교시간에 맞춰 운동장을 10분 정도 뛰거나 걷는다. 연간 목표는 100km.

얼핏 매우 긴 거리 같지만 하루 150m 운동장 트랙을 2, 3바퀴씩만 돌면 가능하다. 지난해 학생 대부분이 운동장을 100km 걸었다.

이 학교 신민식(33) 체육부장교사는 “가장 큰 효과는 학생들이 운동을 생활화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대구 중구 대신동 계성초등학교도 2005년 11월 운동장에 인조 잔디와 우레탄을 깔면서 아침 10분 걷기를 시작했다. 전교생 950명은 오전 8시 20분 전후로 등교를 하면 곧바로 운동장을 걷거나 뛴 뒤 교실로 향한다.

김정옥(57·여) 교장은 “10분 동안 하는 가벼운 운동이지만 1년 내내 계속하면 어린이들의 기초체력이 향상될 뿐 아니라 학교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드는 데도 큰 보탬이 된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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