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워진 민노총

  • 입력 2007년 3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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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울산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경영철학 및 노사공동선언 선포식에서 김성호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박맹우 울산시장, 이상수 노동부 장관,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사장(왼쪽부터)이 손을 맞잡아 들어 보이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22일 울산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경영철학 및 노사공동선언 선포식에서 김성호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박맹우 울산시장, 이상수 노동부 장관,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사장(왼쪽부터)이 손을 맞잡아 들어 보이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온건파 위원장, 정부-재계와 릴레이 대화

울산본부 “투쟁방식 포지티브로 바꾸겠다”

“지난해는 민주노총 본부의 지침을 수행하기에 급급했지만, 올해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겠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본부장 하부영)가 22일 지난해에 벌였던 각종 사업에 대해 이같이 반성하면서 투쟁 방식의 변화를 예고했다.

울산지역본부는 이날 발표한 ‘2006년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사업의 약평(略評)’을 통해 “울산본부의 지도력과 역량이 한계에 이르러 침체의 늪에 빠졌다”고 밝혔다.

울산본부는 또 “민주노총 내부적으로는 대의명분과 도덕성, 연대성이 훼손돼 사회적으로 고립무원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 본부장은 올해의 사업계획과 관련해 “지난해 울산지역본부가 ‘네거티브’ 방식으로 거칠게 문제를 제기했다면, 올해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바꿔 시민들이 공감할 합리적 대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본부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5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2가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이석행 위원장 주재로 중앙집행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안건은 ‘현장 대장정’을 비롯한 사업계획 승인, 위원장의 주요 부처 장관 면담 결과 보고 등이었다.

과거 회의와는 달리 이날 사업계획과 보고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민주노총의 한 간부는 “예전 같으면 위원장(온건파인 국민파)과 계파가 다른 간부들이 장관 면담에 대해 ‘타협’이라며 비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월 27일 당선된 이 위원장은 3월 2일 이상수 노동부 장관을 만난 데 이어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과 잇따라 면담했고 22일에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무릎을 맞댔다.

민주노총은 “파업을 위한 파업은 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힌 데 이어 정부 및 재계와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고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현장 대장정’이라는 이름으로 26일부터 전국을 돌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합리적 투쟁과 대화 기조를 확고히 정착시킬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특수 형태 근로자, 비정규직 등과 관련된 정부와의 협의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 강경파의 목소리가 다시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노사 힘합쳐 희망기업 만들자”

현대중공업은 22일 “노사 화합을 바탕으로 안정적 성장을 이어 가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중은 창사 35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둔 이날 오후 3시 반 사내 체육관에서 민계식 부회장과 최길선 사장, 김성호 노조위원장 등 임직원 5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경영철학 및 노사 공동선언 선포식’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선포식에는 이상수 노동부 장관과 박맹우 울산시장, 김경종 울산지법원장, 박한철 울산지검장, 이춘성 울산지방경찰청장 등도 참석했다.

현대중 노사는 공동선언문을 통해 “노사가 대등한 관계에서 각각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기업 발전의 공동 주체로서 책임을 다해 다음 세대에도 희망이 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은 또 이날 지속 성장과 투명 경영, 안전 및 환경친화 경영, 상호 존중과 신뢰의 노사문화 구축, 글로벌 기업 시민윤리 함양 등 임직원들이 실천해야 할 ‘경영철학’도 선포했다.

현대중 노조는 1987년 설립 이후 1994년까지 매년 극심한 노사 분규로 과격 노동운동을 주도했다. 그러나 1995년부터 ‘합리적이고 상생(相生)의 노사관계 구축’을 기치로 내세워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무분규를 기록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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