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중 공공재산 훼손 국가에 배상” 첫 판결

  • 입력 2007년 3월 22일 02시 59분


코멘트
패트리엇 미사일기지 철수 시위 중 군 시설물을 파손한 시민단체에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국가가 집회 주최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첫 사례로 국가 측 승소가 상급심에서도 확정되면 앞으로 집회 시위 문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광주지법 민사11단독 이명철 판사는 공군이 ‘광주공항 패트리엇 미사일 기지 폐쇄 및 주둔 미군 철수를 위한 광주전남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책위는 34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21일 판결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집회 주최자는 위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참가자들에게 주의를 환기할 의무가 있는 데도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손해를 끼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또 “대책위는 당시 예상 인원보다 많은 7000여 명이 시위에 참가했고 집회 성격상 폭행이나 재물손괴 같은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예상됐는 데도 질서유지에 만전을 기하는 등의 노력을 소홀히 했다”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이번 판결에 대한 가집행도 함께 선고해 국가가 2005년 6월 대책위 사무실 보증금 2000만 원에 대해 신청해 놓은 가압류를 강제 집행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판사는 대책위와 함께 소송을 당한 공동대표 김모(56) 목사에 대해선 “집회 주최자로 볼 수 없고 파손행위에 가담한 직접적 증거도 없다”며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 측은 “이번 판결은 집회 시위 중 폭력을 사용해 공공의 재산을 훼손한 사안에 대해 집회 주최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공군은 2005년 5월 15일 5·18민주화운동 제25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대책위가 부대 앞에서 개최한 ‘패트리엇 미군기지 폐쇄를 위한 전국대회’의 일부 참가자가 800여 m의 철조망을 파손하자 대책위와 김 목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