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신부전증 아빠-엄마에 신장 기증 조지연-지선씨

  • 입력 2007년 3월 21일 0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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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받은 사랑을 조금이라도 돌려드려야죠.”

20대 자매가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부모에게 나란히 신장을 기증하기로 했다.

전남 보성 출신 조지연(22), 지선(21) 씨 자매는 만성신부전증으로 고생하는 아버지 조창원(54) 씨와 어머니 전순복(40) 씨에게 자신들의 신장 한 쪽씩을 떼어주기 위해 최근 서울 아산병원에서 정밀 조직검사를 받았다.

동생인 지숙(18·고3), 진남(17·고2) 양도 조직검사를 받겠다고 나섰지만 맏언니가 “공부에 전념하라”며 만류했다.

검사 결과 다행히 지연 씨는 어머니와, 지선 씨는 아버지와 조직이 일치했다.

고교 졸업 후 삼성반도체에 입사해 일하고 있는 자매는 수술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조직이 일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지연 씨는 “조직이 부모님과 다르면 어린 동생들이 우리 대신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며 “4000여만 원이나 되는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아직 수술 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조 씨 부부는 만성신부전증 증세가 악화되면서 청각장애와 체중 감소, 발목 골절 등 각종 합병증으로 일손을 놓은 지 오래다.

조 씨는 이틀에 한번 화순전남대병원에서 투석 치료를 받고 있고 전 씨도 하루 네 번씩 남편의 도움으로 집에서 투석을 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동사무소에서 매달 나오는 장애 수당과 두 딸이 보내주는 용돈 등 50만 원으로 힘겨운 투병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어머니 전 씨는 “잘 입혀주고 잘 먹여주지 못해 항상 마음 아팠는데 (딸들이) 선뜻 신장을 떼어주겠다는 말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며 “언제 수술 받게 될지 모르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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