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오뚝이 학교’… 영천 화남분교 화제

  • 입력 2007년 3월 9일 06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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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많이 생겨 기분이 너무너무 좋아요. 이제 중학교에 가더라도 마음이 놓이겠습니다.”

경북 영천시 화남면 중앙초등학교 화남분교에 다니는 6학년 이상원(12) 군은 8일 “내가 6년째 다니는 학교가 없어지지 않을까 마음을 졸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군은 5일 열린 입학식에서 학생 대표로 나서 “신입생들이 너무 반갑다. 동생으로 잘 보살피겠다”고 밝혔다.

화남분교 재학생은 현재 32명. 지난해 1학기만 해도 10명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해당 교육청은 폐교 절차에 들어갔다.

농어촌 지역 학생이 급감하면 ‘본교→분교 격하→분교 폐지’의 수순을 밟는 것이 보통인데도 화남분교는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올해 2월까지 화남분교는 영천 영북초교에 속했다. 하지만 본교였던 영북초는 이달 초 폐교됐다. 1999년 3월부터 영북초 화남분교였던 이곳은 다시 중앙초 분교로 바뀌었다.

화남분교가 ‘살아남은’ 것은 “학교 살리기가 고향 살리기”라며 동문과 주민들이 팔을 걷어붙였기 때문. 동문 등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겨울에 어렵게 임시 개교한 이 학교가 사라지는 것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는 것.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화남초 총동창회장인 조태호(57) 씨가 동문과 주민을 대상으로 ‘학교 구하기’에 나섰다. 경기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조 회장을 비롯한 동문들은 모금을 해 3억 원을 마련했다.

이 기금을 바탕으로 통학버스를 구입하는 한편 학생급식비 등 학비 지원, 영어를 비롯한 예체능 과목 교육비 지원 등으로 6개월 만에 학교 환경이 확 바뀌었다.

이로 인해 위장 전출로 시내 학교에 다니던 18명이 지난해 2학기에 돌아왔다.

경북도교육청은 화남분교를 ‘특성화 교육 프로그램 적용을 통한 돌아오는 농촌학교 가꾸기’ 연구학교로 지정하기도 했다.

총동창회장인 조 씨는 “화남초 본교가 없어졌으니 이제 화남분교가 본교가 되도록 꾸준히 관심을 갖겠다”며 “학생은 적지만 전국에서 가장 알찬 학교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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