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시 화남면 중앙초등학교 화남분교에 다니는 6학년 이상원(12) 군은 8일 “내가 6년째 다니는 학교가 없어지지 않을까 마음을 졸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군은 5일 열린 입학식에서 학생 대표로 나서 “신입생들이 너무 반갑다. 동생으로 잘 보살피겠다”고 밝혔다.
화남분교 재학생은 현재 32명. 지난해 1학기만 해도 10명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해당 교육청은 폐교 절차에 들어갔다.
농어촌 지역 학생이 급감하면 ‘본교→분교 격하→분교 폐지’의 수순을 밟는 것이 보통인데도 화남분교는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올해 2월까지 화남분교는 영천 영북초교에 속했다. 하지만 본교였던 영북초는 이달 초 폐교됐다. 1999년 3월부터 영북초 화남분교였던 이곳은 다시 중앙초 분교로 바뀌었다.
화남분교가 ‘살아남은’ 것은 “학교 살리기가 고향 살리기”라며 동문과 주민들이 팔을 걷어붙였기 때문. 동문 등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겨울에 어렵게 임시 개교한 이 학교가 사라지는 것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는 것.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화남초 총동창회장인 조태호(57) 씨가 동문과 주민을 대상으로 ‘학교 구하기’에 나섰다. 경기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조 회장을 비롯한 동문들은 모금을 해 3억 원을 마련했다.
이 기금을 바탕으로 통학버스를 구입하는 한편 학생급식비 등 학비 지원, 영어를 비롯한 예체능 과목 교육비 지원 등으로 6개월 만에 학교 환경이 확 바뀌었다.
이로 인해 위장 전출로 시내 학교에 다니던 18명이 지난해 2학기에 돌아왔다.
경북도교육청은 화남분교를 ‘특성화 교육 프로그램 적용을 통한 돌아오는 농촌학교 가꾸기’ 연구학교로 지정하기도 했다.
총동창회장인 조 씨는 “화남초 본교가 없어졌으니 이제 화남분교가 본교가 되도록 꾸준히 관심을 갖겠다”며 “학생은 적지만 전국에서 가장 알찬 학교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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