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심완구 전 울산시장의 약속

  • 입력 2007년 2월 14일 07시 12분


심완구 전 울산시장이 11일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건설업체로부터 5억 원을 받은 혐의로 2002년 6월 구속된 이후 병보석과 구속을 되풀이하며 2년 6개월여의 수감생활을 끝낸 것이다.

폐암 등 세 가지 암과 투병하면서 수감생활을 해온 그를 안타깝게 지켜본 대다수 울산시민들은 울산 발전에 큰 발자취를 남긴 그의 석방을 반기고 있다.

그는 2001년 8월 암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 기획예산처 장관에게 울산 신항만 예산 확보를 요구하는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폐암 때문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전화 대신 편지를 보낸 것. 또 출국 하루 전 간부회의에서는 칠판에 글을 쓰고 손짓을 해가며 자신이 없는 동안 챙겨야 할 업무를 지시했다.

울산에서 국회의원과 울산시장을 두 번씩 지냈던 그는 ‘울산에 대한 애정이 뼛속 깊숙이 박힌 원로’로 평가받았다. 원로는 정치와 행정이 정도에서 벗어날 때 바른말을 하고 후배들이 찾아와 조언을 구할 때 한마디 해주는 자리다.

심 전 시장은 석방 직후 수감생활을 ‘진실에 목말라 가슴마저 타들어갔던 시간’이라고 억울해하면서도 “여생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울산대공원과 문수체육공원을 산책하며 시민의 몫을 다하며 살아가기를 기다려왔다”는 내용의 시장 퇴임사를 2002년 6월 교도소에서 발표했던 그의 약속이 이제 지켜지길 시민들은 바라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