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피고인에 책 선물’ 문형배 판사 부산지법으로

  • 입력 2007년 2월 14일 07시 12분


“피해자의 유족인 K 씨를 증인으로 채택하고, 비디오 중계장치로 심문하려는데 변호인 생각은 어떻습니까.”

창원지법 제3형사부 문형배(42·사진) 부장판사는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L 씨의 공판을 진행할 당시 변호인에게 이렇게 물었다.

‘L 씨는 가정폭력의 피해자’라며 구명운동을 벌여 온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방청석에 있는 상황에서 증인이 마음 놓고 진술을 하기 어려운 만큼 부담을 줄여 주자는 취지. 변호인이 수긍하자 피고인과 검사의 의사를 물었고 모두 동의한 뒤 다음 공판일을 지정했다.

‘눈높이 재판’과 독특한 판결, 그리고 피고인에게 책을 선물하는 등 화제의 중심에 섰던 문 부장판사가 3년 만에 친정격인 부산지법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는 공직자의 부정, 비리와 선거법 위반 등에 대해서는 추상같은 판결을 내리기로 유명하다.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 단체장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할 때 그는 ‘청렴은 목민관의 본분이며 모든 착함의 원천이요 덕행의 근본이다’는 목민심서 율기(律己)의 한 구절을 들려주었다. 기초의회 의장 당선을 목적으로 돈을 뿌렸던 B 씨를 법정 구속하면서는 “‘법원은 정의를 실현한다’고 국민이 믿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재판 과정에 재판부가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마지막 판결에서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원고와 피고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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