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철밥통도 모자라…경남도 5급 5명 승진합의문 작성

  • 입력 2007년 1월 31일 06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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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남도 인사부서 관계자는 한 장의 ‘합의문’을 입수하고 황당했다.

합의문은 같은 과에 근무하는 기술분야 사무관(5급) 5명이 ‘4급 승진과 관련해 순서가 지켜지도록 노력한다’는 글 밑에 직책과 이름을 적고 날인한 것이었다.

감사실이 당사자들을 불러 확인한 결과 나이가 많은 A 씨를 4급 승진 1순위, 그 다음 B 씨를 2순위 등으로 정했던 이들은 “자체적으로 논의했으며 과잉 경쟁보다는 순서에 따라 승진하면 좋을 것 같아 문건을 만들었다”고 진술했다.

합의 내용은 소속 부서장에게도 전달됐으나 부서장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이들을 나무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을 보고받은 김태호 경남지사는 합의문 작성을 주도한 B 씨는 인사위원회에 넘기고, 나머지 4명은 훈계 조치했다. 인사위는 15일 ‘견책’이 요구됐던 B 씨의 징계 수위를 ‘불문 경고’로 낮췄다. 표창 경감을 한 것.

경남도 관계자는 “여러 명이 승진대상자 한 명을 추천하는 형식이었다면 모르지만 다음 승진자 순위까지 정하고 날인한 것은 ‘집단행위’에 해당한다”며 “일벌백계가 마땅하지만 사정을 참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인사를 둘러싸고 경직된 사무실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궁여지책이었으며, 큰 잘못인 줄은 몰랐다”고 ‘순수성’을 강조한 점이 고려된 것.

이달 중순 인사에서 A 씨는 4급으로 승진했다.

경남도의 한 공무원은 “선후배를 많이 따지고 인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분야의 경우 승진 순위를 자체 조율하는 일이 가끔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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