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성과급 협상 타결

현대자동차 노사가 17일 성과급 지급 문제에 합의하고 21일간 끌어온 대립상황을 마무리했다.

노사는 미지급 성과급(통상임금의 50%)은 격려금 명목으로 '변칙지급'하되 생산목표에 달성했을 때 지급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노사는 성과급 미지급 사태로 발생한 고소·고발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취하하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현대차 사태가 이처럼 급반전된 것은 이헌구(47) 전 노조위원장의 구속이 노사 양측 모두에 큰 부담이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차 윤여철 사장과 박유기 노조위원장 등 노사 대표는 이날 오후 5시 10분 울산공장 본관 1층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합의서에 조인했다.

노사는 합의서에서 연말 성과급은 2006년 생산목표 미달성분(2만8732대)과 성과급 사태 이후 생산차질대수(2만1682대)를 만회하는 시점에 '목표달성 격려금' 명목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또 노조가 요구한 고소·고발 취하와 손해배상 및 가처분 신청 등 민형사상 소(訴)에 대해서는 취하하지 않고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8일 사측의 성과급 50% 삭감 발표로 빚어진 노사 갈등은 21일 만에 일단락됐으며 노조가 17일 오후 9시부터 6시간 동안 벌이기로 한 야간조 부분 파업도 철회됐다.

윤 사장은 "노사 문제로 고객과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상생의 노사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100% 만족할만한 결과는 아니지만 노사 파국을 막기 위한 조치이며 노조 간부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 등은 시간을 두고 풀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는 16일에 이어 17일 오전 8시 반부터 윤 사장과 박 위원장간의 대표자 회의와 실무협의를 반복한 끝에 합의서를 이끌어냈다.

한편 울산지검 특수부(부장 권오성)는 이날 임금 및 단체협상 과정에서 김동진 부회장(현 사장)으로부터 2억 원을 받은 혐의(배임 수재)로 현대차 노조 이헌구(47) 전 위원장을 구속수감했다.

울산지법 강후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억 원을 분산한 차명계좌가 발견돼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는 데다 혐의가 인정되면 중형이 예상된다"며 영장발부 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 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2004년 2월경 이 전 위원장의 친척 관련 계좌에서 당시 노조 대의원에게 5000만 원이 들어간 정황이 포착돼 당시 노조간부 등에 대한 수사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울산=윤희각기자 t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