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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월 16일 04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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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는 담임선생님이 보낸 쪽지가 도착했음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일까?’ 하고 철수는 생각했습니다. 꼼짝도 하기 싫었지만, 철수는 기운을 내어 쪽지를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쪽지에는 너무나 놀라운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철수야 방바닥만 보고 앉아 있는 것은 나쁜 짓이다. 어서 빨리 기운을 차리고, 숙제를 하기 바란다. 만약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매를 맞게 될 것이다!”
철수는 저도 모르게 방안을 둘러보았습니다. 선생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선생님이 내가 방바닥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까? 도대체 어떻게?’, 문득 철수의 머릿속에는 자신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는 선생님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철수는 조금 무서워졌습니다. 오싹한 기운이 들어, 철수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그 순간 또 한 번 휴대전화는 새로운 쪽지가 도착했음을 알렸습니다.
“선생님의 얘기에 얼굴을 찌푸리는 것은 불량 학생들이나 하는 짓이다. 웃어라. 웃으면서 숙제를 해라.”
눈을 아무리 크게 떠도 보이지 않는 선생님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은 철수를 덜덜 떨게 만들었습니다. 온몸을 떨면서도 ‘보이지 않는 선생님 때문에’ 웃는 얼굴로 숙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또 한 번 휴대전화가 울렸습니다.
“내 말을 따르기만 해서는 안 된다. 나를 존경하고 사랑해야 한다.”
철수는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자신이 가장 무서워하는 뱀이 온몸을 친친 감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철수는 담임선생님이 무섭기만 했습니다. 그때 또다시 휴대전화가 울렸습니다. 이번에도 담임선생님이었습니다.
“철수야, 선생님이 너를 너무 다그쳤던 것 같아서 미안하구나. 선생님 용서할 수 있지? 숙제는 없었던 걸로 하자꾸나. 홀가분한 마음으로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렴. 그럼 내일 만나자.”
그토록 매몰차게 자신을 다그치던 담임선생님이 갑자기 생각을 바꾸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숙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너무나 달콤한 속삭임이었습니다. ‘숙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즐겁게 되뇌면서 철수는 집을 나섰습니다. 그날, 철수는 늦은 시간까지 신나게 놀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자정을 알리는 시계 소리를 들은 후 철수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철수는 콧노래를 부르며 학교에 갔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표정이 무척 어두웠습니다. 선생님은 철수만 숙제를 해오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날 철수는 하루 종일 매를 맞았습니다. 철수는 울면서 말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숙제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잖아요.”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너,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거냐? 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이제는 거짓말까지 하는구나. 거짓말이나 하는 걸 보니, 넌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표정 없는 얼굴로 얘기하는 선생님을 보던 철수는 온몸이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선생님이 한 마리 커다란 뱀으로 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 날 철수는 숙제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 나아가 선생님을 아주 사랑하는 학생이 되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철수와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혹시 철수의 담임선생님과 함께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까?
철수의 경우와 비슷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 바로 조지 오웰의 ‘1984’입니다.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은 ‘1984’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 ‘빅 브러더’가 ‘텔레스크린’을 통해 모든 사람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사회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 사회를 유지하는 원리는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이라는 말입니다. 그 사회에서는 빅 브러더가 원하지 않는 언어를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무조건 빅 브러더에게 복종해야만 합니다. 빅 브러더를 사랑하지 않으면 무조건 붙잡혀 갑니다. 여러분, 조지 오웰이 그려낸 사회가 어떤 곳인지 알겠습니까?
황성규 학림 필로소피 논술 전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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