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나는 '김흥주 로비'…이 前금감원장 곧 소환

  • 입력 2007년 1월 8일 11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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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김흥주(58·전 그레이스백화점 대표·구속) 삼주산업 회장 로비 의혹 수사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서울 서부지검은 8일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을 조만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위원장이 김중회 부원장에게 김흥주 씨를 만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이 나왔기 때문에 소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위원장을 소환해 김 씨를 만나라고 지시한 경위와 김 씨에게서 로비를 받았는지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 전 위원장은 7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는 부실 금고가 많아 누가 인수하겠다고 하면 소개하고 연결해 주는 게 좋은 일로 여겨질 때였다"며 "그 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일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2001년 서울 강남의 고급 룸살롱에서 도박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당시 국세청 국장 L(나중에 국세청장 지냄) 씨를 소환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미 검찰은 L 씨와 당시 함께 있었던 2, 3명을 7일 소환해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 직원들이 현장을 덮쳤을 땐 도박판이 벌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장에는 80여만 원이 있었고 L 씨는 이미 자리를 뜬 후였다.

검찰은 7일 소환한 이들에게 국무총리실 직원들이 당시 이들을 놓아준 이유가 도박을 벌였다는 증거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김 씨의 전화 때문인지를 조사 중이다. 또 필요하다면 김 씨와 이들을 대질 심문하는 것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현장에 있었던 국무조정실 직원 N 씨도 소환할 계획이다.

한편 검찰은 김 씨가 2001년 경기 S금고에서 59억 원을 대출받을 때 감사원 고위 간부 K 씨를 비롯해 김 씨의 검찰 내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K 검사장과 17억 원의 돈 거래를 한 H 부장검사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조금이라도 로비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은 모두 철저히 조사 하겠다"며 김 씨가 주도해 정·관계, 법조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모임인 '사랑을 실천하는 형제들의 모임' 구성원들 중 대부분이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서부지법 307호 법정에선 김중회 부원장과 신상식 전 금감원 광주지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렸다.

김 부원장의 변론을 맡은 강보현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김 부원장은 '금품을 받지도 않았고, 김 씨에게도 돈을 빌리지도 않았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고 말했다.

또 307호 법정 앞에는 금감원 직원 10여 명이 나와 "부원장님 힘내십시오"라고 외쳤다.

현장에 있던 금감원 은행검사1국의 김진수 팀장은 "김 부원장은 청렴하셔서 비리에 연루될 분이 아니"라며 "2001년 당시 김 부원장과 같이 근무했지만 김흥주 씨가 사무실에 온 적도, 전화를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부실 금고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금고를 사고자 하는 사람 중 적절한 재력과 경영능력이 있는 사람을 소개해 주는 건 업무를 원활하게 하고 공적자금 투입을 줄이기 위함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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