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2건 미궁속으로

  • 입력 2007년 1월 2일 14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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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아내와 사돈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각각 기소됐던 50대 남성과 60대 여성에게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가 선고돼 2건의 `살인사건'이 미궁에 빠지게 됐다.

2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형사8부(허만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윤모(49)씨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윤씨는 2004년 10월 조선족인 김모(당시 35세)씨와 혼인신고를 했으나 잦은 부부싸움으로 한 달 만에 별거에 들어갔고 이후 자신은 고시원에 머물렀다.

윤씨는 두 달 뒤인 12월26일 밤 11시50분께 아내 집에서 다시 이혼문제로 다툰 뒤 다음날인 27일 새벽 집을 나와 고시원으로 돌아갔으나 아내는 27일 오전 7시30분께 인근 주택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윤씨의 집에서 김씨의 혈흔이 있는 운동복이 발견된 점, 인근 파출소 외벽에 설치된 CCTV(폐쇄회로 TV) 등을 토대로 윤씨를 범인으로 판단해 검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증거들이 공소 사실을 뒷받침하기에는 증명력과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바지에 있는 혈흔이 피해자의 유전자형과 일치하지만 피고인이 냄새가 날 정도로 오랫동안 이 바지를 세탁하지 않았고 다른 경위로 피해자의 피가 바지에 묻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국립과학연구소는 CCTV에 촬영된 인물이 피고인인지의 여부를 감정할수 없다고 하면서도 오히려 피고인이 아닐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CCTV가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명력이 부족하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라야 하는데 그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해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8일 서울고법 형사7부(고영한 부장판사)는 자신의 딸과 오랫동안 고부 갈등을 빚어 온 사돈을 살해한 혐의를 받아 온 이모(62)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가 사돈인 조모(사망 당시 71세)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은 것은 2005년 4월.

자신의 딸이 조씨와 20여년 간 `고부갈등'을 겪고 2005년 초부터 조씨의 치매증세가 심해지자 딸이 시어머니 부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점점 사돈을 원망하게 됐다.

그러던 차에 조씨가 건강이 더 악화되자 문병차 사돈집을 찾아갔다가 조씨가 자신을 못 알아보고 `도둑년'이라며 가슴을 밀치는 등 폭행하자 격분해 조씨의 손발을 청테이프로 묶은 뒤 이불을 여러 겹 덮어 숨지게 했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씨는 "우연히 범행 현장인 조씨의 집에 갔다가 청테이프에 묶인 채 사망한 피해자를 발견해 당황한 나머지 신고하지 않고 집을 나왔고 용의자로 의심받을까 봐 피해자를 찾아간 사실을 부인했다"며 일관되게 혐의사실을 부인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자신을 도둑으로 취급해 폭행하자 우발적으로 범행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유죄로 판단해 징역 10년을 선고했으나 작년 6월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초 범행 현장에 가지 않았다고 거짓 진술을 했고 자신의 휴대전화 발신내역을 삭제했으며 범행 현장에서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족적이 발견됐는데 피고인이 범행 현장에 신고갔던 신발을 태워버린 점으로 미뤄 피고인이 범인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가기는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묶었다는 청테이프에는 아무런 지문이 발견되지 않는 등 범행에 사용된 도구에서 지문식별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전화선을 가위로 잘랐다는 공소사실은 오히려 현미경 관찰 결과와 배치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혼자서 일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는데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반항을 완벽하게 제압하고 청테이프를 잘라가며 결박한 뒤 살해한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의심스럽고 자신이 도둑으로 몰릴 것이 두려운 나머지 전화선을 자르고 결박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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