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이 유럽으로간 까닭은…“머리띠만 매면 투자하나요”

  • 입력 2006년 12월 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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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과 KOTRA 실무진 7명으로 구성된 외자유치시찰단은 지난주 일주일 일정으로 영국, 네덜란드, 체코를 방문해 유럽 각국의 노사가 공동으로 투자유치에 나선 사례를 연구했다. 양정주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왼쪽)이 지난달 27일 폴 화이트웨이 영국 투자진흥청 국제영업사업 총괄책임자에게서 투자유치에 관한 자료를 건네받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노총
한국노총과 KOTRA 실무진 7명으로 구성된 외자유치시찰단은 지난주 일주일 일정으로 영국, 네덜란드, 체코를 방문해 유럽 각국의 노사가 공동으로 투자유치에 나선 사례를 연구했다. 양정주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왼쪽)이 지난달 27일 폴 화이트웨이 영국 투자진흥청 국제영업사업 총괄책임자에게서 투자유치에 관한 자료를 건네받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노총
유럽에 진출해 있는 KOTRA 무역관들은 지난주 ‘아주 특별한 손님’을 맞았다. 한국노동자총연맹(한국노총) 실무자 4명과 KOTRA 직원 3명으로 구성된 ‘해외투자 유치 시찰단’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영국 런던 등을 잇달아 방문한 것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6박 7일 일정으로 유럽을 찾은 이들은 현지 투자진흥청과 경영자연맹을 방문해 한국의 투자 여건을 소개하고 현지 기업들의 노사 협력 실태를 꼼꼼히 살폈다.

유럽 측 기업 관계자들은 “한국 노동계 하면 ‘빨간 머리띠’로 대변되는 강성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데 외자 유치를 위해 먼 곳까지 찾아왔다는 사실이 매우 신선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과 KOTRA가 공동으로 유럽 방문에 나선 것은 올해 4월 양측이 외자 유치를 위해 협력하기로 약정서를 체결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30일 네덜란드 경영자연맹(VNO-NCW)을 찾은 투자유치시찰단은 현지 관계자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네덜란드 측에서는 존 클레버 수석이코노미스트와 스테비 뉴스마 수석자문관까지 나와 한국의 투자 여건에 대해 세부적인 사항까지 질문을 던졌다.

경영자연맹 클레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네덜란드도 1980년 초 노조의 계속되는 파업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았지만 1982년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다”며 “한국도 투자유치 활동 등을 계기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노사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 나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지난해 네덜란드로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FDI) 금액도 436억 달러로 세계 FDI의 4.8%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 FDI(79억 달러)의 5배가 넘는 규모다.

뉴스마 수석자문관은 “노동단체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직접 해외까지 방문한 것에 매우 놀랐다”며 “한국 노사 간의 협력이 국제 노동계에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OTRA 암스테르담 무역관 권오석 부장은 “네덜란드 측 인사들이 한국 노동계에 대해 여러가지 질문을 하는 바람에 면담 시간이 예정보다 40분이나 길어졌다”며 “한국은 네덜란드의 투자 여건에, 네덜란드는 한국 노사의 협력에 감탄했다”고 전했다.

시찰단은 영국 런던에서 해외 자본의 자유로운 유출입이 경제 활력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도 확인했다.

지난해 영국에 외국인이 직접 투자한 금액은 1645억 달러로 세계 1위였다. 이는 세계 FDI의 18%나 된다.

폴 화이트웨이 영국 투자진흥청 국제영업사업 총괄책임자는 “외국 자본의 유입은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노동계까지 해외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 부럽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금속연맹 이진우 조직강화부장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화두를 빼고 21세기 노동운동을 논하기는 어렵다”며 “노사가 하나로 뭉친 모습을 세계 각국에 홍보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투자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양정주 대외협력본부장은 “세상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노동운동도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민에게 외면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변화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암스테르담=박정훈 기자sunshade@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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