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호씨 "형식적 총파업만 남발"

  • 입력 2006년 11월 30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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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호 전 민노총 위원장. 자료사진 동아일보
이수호 전 민노총 위원장. 자료사진 동아일보
2005년 10월 사퇴한 이수호(57·현 선린인터넷고 교사)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형식적 파업 남발과 권력다툼으로 변질된 노동운동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 전 위원장은 28일 남상헌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고희를 맞아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당신은 우리의 이정표이십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자신의 노동운동 족적에 대한 반성과 함께 선거 때마다 일어나는 노동계의 분열을 비판했다.

그는 "어느 틈에 운동꾼이 돼 고집이나 피우고, 아니라고 하면서도 어느 패거리에 끼어 남의 험담이나 하면서 편 가르기에 앞장섰다"며 노동계 내의 정파다툼에서 자신 역시 자유롭지 못했음을 고백했다.

또 "선거철이 되면 알량한 권력을 잡기 위해 동네 개만도 못한 짝짓기를 서슴지 않았으며, 표 구걸을 위해 대기업 노조 앞에 무릎을 꿇으면서도 창피한 줄 몰랐다"며 선거 때마다 내부권력을 잡기 위해 취한 행동을 반성했다.

이 전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끊이지 않는 총파업과 양대 노총의 갈등에 대해서도 '우리들의 잔치'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그는 "책임 있는 교섭은 실종된 채 형식적 총파업만 '우리들의 잔치'로 남발되고 있다"며 "현 정부와 자본은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노동기본권을 악화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고, 노동운동은 그 앞에서 분열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전 위원장은 이 글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해 30일 본사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남상헌 지도위원은 권력에 초연하게 1970년대부터 묵묵히 노동운동에 힘써 온 분"이라며 "그분의 고희를 맞아 반성과 참회의 심정을 담은 글을 올린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위원장 직을 사퇴한 뒤 조직의 일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애정을 갖고 있다"며 "위원장 직을 떠난 뒤에 민주노총이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그동안 노동운동에 대해 품어왔던 아픔과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설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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