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부·울·경 단체장 사진찍기 회동은 그만

  • 입력 2006년 11월 28일 06시 45분


“실제 우리는 한뿌리입니다.”

24일 오후 경남도청 회의실에서 열린 부·울·경발전협의회 6차 회의. 허남식 부산시장, 박맹우 울산시장, 김태호 경남지사는 “부·울·경은 역사, 문화, 지리 등 모든 인연을 다 맞춰도 하나”라며 “공동번영의 길을 찾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실무자로부터 과거 합의사항 진행과정을 보고받은 데 이어 향후 추진 의제를 논의하고 합의문에 서명했다. 안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사전 조율 탓도 있었지만 회의가 40분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된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경남도와 부산시가 사사건건 충돌해 왔던 항만과 환경 등 이해가 엇갈리는 민감한 현안을 비켜간 탓이다.

두 자치단체는 부산항 ‘신항’ 명칭 싸움이 끝나기 무섭게 항만 배후부지 임시관할권을 놓고 으르렁거리고 있다. 경남이 낸 항만 관련 소송과 가처분만 5건. 부산시도 툭하면 법적 투쟁 운운한다.

두 단체장이 지난 2년간 얼굴을 맞댄 것은 예닐곱 차례. 하지만 현안은 외면했다. 기자가 이들에게 “쉬운 의제 말고 배후부지 임시관할권도 다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건 ‘부분적 사안’으로 별 불편이 없다. 앞으로 의논할 수도 있다”며 가볍게 넘겼다.

두 단체장의 태도도 그렇지만 행정현장에서의 불신과 왜곡은 더 큰 고질병이다. 경남도가 최근 도의회에 낸 업무 자료에는 부산항 신항이 모두 ‘진해신항’으로 표기돼 있다. 경남발전연구원은 ‘진해신항 태스크포스팀’을 가동 중이라고 보고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은 ‘진해(부산)경제자유구역’으로 썼다.

공식 명칭을 임의로 바꿀 정도로 불신이 깊은 상황에서 이날 단체장들이 외친 ‘한뿌리’는 공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생색내는 안건을 만지작거리다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은 그만 찍고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할 때가 아닐까.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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