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추정 병원화재로 40명 사상

  • 입력 2006년 10월 20일 12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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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입원환자 5명이 숨지는 등 4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일 오전 5시 50분 경 충남 공주시 교동 원희정신과에서 화재가 발생해 입원환자 양모(62) 씨 등 5명이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중경상을 입은 이모(38) 씨 등 35명은 충남대병원 등 5개 병원에 분산돼 치료 중이다.

이날 당직근무자였던 보호사 유모(38) 씨는 "치료실에서 불이 나 자체 진화를 하고 있는데 폐쇄회로(CC)TV를 보니 병원 내 다른 곳에서도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어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주택가 4층 건물 가운데 3층(1676㎡)인 이 병원은 7개의 환자수용실과 진료실 간호사실 거실 사무실 치료실 프로그램실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화재 당시 정신질환자와 알콜중독자 등 환자 40명과 보호사 2명이 있었다.

[화보]공주 정신과의원 화재현장

불이 나자 공주소방서는 소방대원 200여 명과 펌프차 9대, 탱크차 4대, 사다리차 3대 등 장비를 동원해 1시간 만에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했다. 그러나 병원이 3층에 있어 진입이 쉽지 않은 데다 방범용 창살이 설치돼 있어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공주경찰서는 프로그램실을 시작으로 출입구와 복도 간호사실 등 4, 5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불이 난 것으로 미뤄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CCTV 분석과 목격자들의 진술을 종합할 때 사망한 A 씨가 화재 발생 직전에 담배를 피우고 다녔고, 프로그램실에 들어가는 것도 확인됐다"며 A 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은 담뱃불에 의한 실화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날 당직 근무자들이 환자들을 신속하게 대피시키지 못해 사상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와 경찰은 이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입원 환자인 최모(42) 씨는 "비상벨이 울려 일부 환자들이 웅성대며 방에서 나와 출입문 쪽으로 나오자 직원들이 '불이 꺼졌으니 들어가라'고 해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며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3분 뒤 쯤 다시 방에서 나왔을 때는 병원 내부가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고 말했다.

2층의 PC방 주인 조모(27) 씨도 "3층에서 비상벨이 울려 올라가 보니 병원 직원이 '별일 아니다'고 해 다시 내려왔는데 뒤이어 비상벨이 계속 울리면서 연기와 불길이 치솟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그런 일이 없고 당시 환자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또 일부 부상당한 환자들은 "옥상으로 향하는 후문 철문이 닫혀 있어 대피가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병원 인근에서 이삿짐센터인 J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최재식(39) 씨가 사다리차를 이용해 10여 명을 구조했다.

최 씨는 "오전 6시 20분 경 친구(지역 의용소방대원 이영돈 씨)가 정신병원에서 불이 났으니 도와달라고 전화를 걸어와 곧바로 구조작업에 나섰다"며 "이삿짐 일에 좀 차질이 생겼지만 인명을 구해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화보]공주 정신과의원 화재현장

공주=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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