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 빠진 개방형자율학교

  • 입력 2006년 10월 17일 03시 00분


교육인적자원부가 자립형사립학교의 대안으로 개방형자율학교(자율학교)를 도입하려 했으나 입시 명문고가 될 우려가 있다는 여당의 지적에 선정 기준을 갑자기 바꿔 시범학교를 선정하는 바람에 졸속 행정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교육부는 자율학교 시범학교로 내년에 신설되는 서울 원묵고와 충북 목령고(청원고로 개명 예정), 부산 부산남고, 전북 정읍고 등 4개교를 선정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선정 기준 변경=김진표 전 교육부총리는 공교육을 혁신하고 전인교육을 강조하는 특성화 학교의 모델을 만들겠다며 6월 19일 자율학교 정책을 발표했다.

당시 교육부는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자율학교에 재정을 지원하고 학교 운영 주체를 대학, 민간단체, 종교단체, 공모교장 등에 개방해 학교를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인 지자체의 재정 지원은 선발 기준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당정협의 과정에서 지자체장이 재정 지원을 하면 학부모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어 자율학교가 입시교육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해명했다.

또 교육부는 2010년까지 20개 혁신도시에 1개교씩 모두 20개 자율학교를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그 대상을 줄여 4개교만 선정했다. 15개 학교가 신청했으나 4개교는 2008년 개교 예정이어서 대상에서 제외했고, 2개교는 당초 교육부의 발표와 취지가 달라지자 자진 철회해 9개 학교만 심사 대상이 됐다.

선정된 학교는 모두 공립이고 종교 민간단체의 참여가 전혀 없어 ‘개방형’이란 취지가 무색해졌다.

교육계는 “정부가 학부모의 욕구와는 거리가 먼 이상적인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며 “자립형사립고를 죽이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담긴 자율학교는 실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운영 방식=교육부는 2010년까지 시범학교를 운영한 뒤 전국 확대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공모를 통해 선임된 교장이 운영을 맡는다. 교장은 교육과정, 인사, 예산 등에서 자율권을 지니며 기존 학교는 교원의 50%, 신설학교는 100%까지 원하는 교원을 뽑을 수 있다.

교육부는 자율학교에 연간 1억∼2억 원의 학교운영비를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자율학교가 대학 입시 위주로 운영될 경우 운영 주체를 바꾸거나 기존 학교로 전환하는 등으로 제재할 방침이다.

▽학생 선발=이달 중순부터 내년 2월 초순까지 학생을 모집하고 동시에 공모교장과 교원을 뽑는다.

원묵고와 부산남고는 학군 내에서 선(先)지원 후(後)추첨배정 방식으로 학생을 뽑는다. 목령고와 정읍고는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으나 올해는 종전대로 내신과 연합고사 성적 등으로 뽑는다. 비평준화 지역은 2008학년도부터 면접, 학교장 추천 등으로 선발한다.

개방형자율학교 시범학교
학교비고주소모집 규모
원묵고신설·평준화지역서울 중랑구 묵동10개 학급 300명
목령고신설·비평준화지역충북 청원군 오창면8개 학급 280명
부산남고기존·평준화지역부산 영도구 동삼1동7개 학급 196명
정읍고기존·비평준화지역전북 정읍시 시기3동5개 학급 144명
부산남고와 정읍고는 2006년 기준 정원으로 선발 인원 미확정.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개방형자율학교:

미국 대안학교의 하나인 차터스쿨(Charter School)을 모델로 한 것으로 대학, 시민단체, 종교단체 등 민간에 학교 운영을 위탁한 뒤 운영 주체가 교육청과 협약을 맺어 자율 운영하도록 하는 학교제도. 교육과정, 인사, 예산 등의 자율권을 부여해 특성화교육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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