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개교60주년]국제캠퍼스 세워 명문대와 어깨나란히

  • 입력 2006년 10월 13일 03시 00분


광복 후인 1946년 출범한 서울대가 올해 환갑을 맞았지만 한국을 넘어서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13일 6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정문 안쪽에 설치한 60주년 기념탑. 김미옥 기자
광복 후인 1946년 출범한 서울대가 올해 환갑을 맞았지만 한국을 넘어서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13일 6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정문 안쪽에 설치한 60주년 기념탑. 김미옥 기자
1946년 개교한 서울대가 올해 환갑을 맞았다.

광복 후 최초의 국립종합대로 출범한 국립 서울대는 지난 60년 동안 학문의 토대를 닦고 한국을 이끄는 인재를 육성해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

하지만 환갑을 자축하기에는 세계 일류 대학으로 발돋움하려는 서울대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은 것이 현실.

▽하버드대, 베이징대, 도쿄대와 격차 커=서울대는 이번 영국 ‘더 타임스’지의 세계대학평가에서 63위를 차지해 상당히 고무된 상태다. 그러나 눈길을 이웃나라의 국립대로 돌리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베이징대는 14위, 일본 도쿄대는 19위.

2004년 중국에서 한 학기 동안 강의를 한 최병헌(국사학과) 교수는 “중국의 위상이 커진 것이 순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1990년대 들어 베이징대의 강의, 연구의 수준이 급속도로 신장했다”고 말했다.

베이징대의 교수 1인당 학생 비율은 10.1명으로 서울대의 3분의 2 이하다. 도쿄대의 1년 예산은 서울대의 3배이며 학생 1인당 투자비용은 서울대의 3.3배.

도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장인성(외교학과) 교수는 “법인화 전에도 도쿄대는 서울대에 비해 자율성이 있었고 학과 간의 벽이 낮아 교수들이 새로운 학문 영역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서울대가 그동안 기울여온 노력이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대가 2004년 118위에서 지난해 93위, 올해 63위로 가파른 상승세를 탄 것은 국제적인 평가 기준에 맞추려는 부단한 노력과 자기혁신의 결과다.

대학본부는 교수들에게 영어 논문을 써서 국제 학술지에 투고할 것을 독려했고 홍보자료와 연구 결과를 모아 더 타임스에 제출했다.

단과대들의 노력도 두드러졌다. 자연대는 지난해 세계석학평가를 통해 세계 30위권으로 인정받았고, 공대는 8월 세계 10∼20위의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낙관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항목별로 들여다보면 교수 대 학생 비율 부문(전체의 20%)에서 93위에서 36위로 크게 올랐지만 이는 연구교수 300여 명을 올해부터 교수진에 포함시켰기 때문.

국양 서울대 연구처장은 “대학 평가 상위권으로 갈수록 명문대들끼리의 경쟁이 치열하고 격차가 적다”며 “벌써부터 내년 평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제 캠퍼스 만들고 지역균형선발 확대”=서울대는 60주년을 맞아 향후 20년 내에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우고 그 수단으로 ‘국제화’를 내세웠다.

이장무 총장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제대학원 관련 학과와 경영학과의 글로벌 MBA(경영학 석사) 과정 등을 이전해 국제캠퍼스를 세우고 현재 345개인 국제교류프로그램을 500개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서울대 실무진이 경기 파주시 조리읍 ‘캠프 하우즈’를 비롯한 5개 미군 기지와 주변 지역을 답사해 국제캠퍼스가 파주시 인근에 세워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가 필요로 하는 부지는 약 20만 평 규모. 유화선 파주시장은 서울대 이 총장과 올해 들어 세 차례 만나 협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화와 함께 서울대는 지역 간 교육 불균형 완화를 위해 지역균형선발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총장은 12일 ‘지역인재육성협의회 발기식’에 참석해 “지역균형 선발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전 국토의 절반이 넘는 80여 개 시군에서 서울대에 못 들어온다”며 “전국에서 고르게 인재가 발굴, 육성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가 1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광역시를 제외한 시군구 165곳 중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하지 못한 시군구는 지난해 71곳, 올해 77곳이었다.

이 총장은 협의회 의장 강인형 순창군수가 “최소한 모든 시군구에서 한 명은 서울대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건의한 것에 대해서도 “연구를 통해 고려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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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초대 총장 미군대위가 맡아 유기천 총장 ‘쌍권총’ 별명

■ 화제의 총장들

1946년 개교한 국립 서울대의 초대 총장에 임명된 이는 법학박사 출신의 미군 해리 앤스테드 대위였다.

최초의 국립 종합대학에 미국인이 임명됐다는 사실은 학내외의 반발을 불러왔고 결국 그는 1년 2개월 만에 그만뒀다.

이후 독재정권과 군부정권은 학생들의 민주화 시위를 막고 정권 안정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며 서울대 총장을 뽑았다. 그만큼 총장과 학생들, 총장과 정권 간의 갈등이 많았다.

9대 유기천 총장은 1966년 10월 국회에서 밀수규탄대회를 좌익학생들이 주도했다는 발언을 해 서울대 문리대생들이 퇴진 운동을 벌였다. 이에 유기천 총장은 호신용 권총을 구입하고자 경찰서에 허가 신청을 냈고 이 때문에 ‘쌍권총 총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13대 윤천주 총장은 1975년 11월 사회대 학도호국단 사열식에서 ‘받들어 총’ 구호를 9번이나 반복했으나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수모를 당했으며 1986년 2월에는 17대 박봉식 총장이 졸업식사를 읽는 순간 2000여 명의 졸업생이 퇴장하기도 했다.

14대 고병익 총장은 학생들의 4·19혁명 기념식에 참가해 연설을 할 정도로 학내에서 인기가 높았지만 ‘서울의 봄’ 집회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신군부에 의해 강제로 물러났다.

2002년 취임한 23대 정운찬 전 총장은 “평준화를 재고해야 한다”, “대학 자율화를 위해 본고사를 시행해야 한다”며 교육부와 대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대를 세계 100대 대학에 올려놓고 ‘황우석 사태’를 정면 돌파하는 리더십을 보여줘 대중의 인기를 모았다. 직선제 총장으로는 처음으로 임기를 채우고 7월 이장무 현 총장에게 자리를 넘겼다.

‘서울대학교 60년사’ 편집위원장인 이태진 인문대 학장은 “역대 서울대 총장들은 외압과 학내 분규 사이에서 시달렸다”며 “정 전 총장에 이르러서야 서울대는 교내외에서 두루 인정받는 총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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