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이날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바다이야기’ 의혹에 대해 “정책 오류 부분만 밝혀지면 이 정부에서 게이트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지 않겠는가”라며 “이번 건도 정책적으로 실무적인 수준의 것이었다면 정부가 역(逆)홍보의 하나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해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도 ‘바다이야기’ 의혹이 19일 언론에 보도된 지 하루 만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는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 경질 파문 이후 유 전 차관이 인사 청탁의 당사로 지목한 이백만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과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이 청와대에서 근무하면서도 공개 해명을 미루던 것과는 대조적인 발 빠른 대응이다. 그럼에도 몇 가지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사임 종용 받고도 8개월 근무=전 민정수석은 “지난해 11월 무한투자가 우전시스텍(우전)을 인수하면서 대주주가 됐을 때부터 노 씨에게 ‘우전에 계속 근무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해 왔다”고 밝혔다.
청와대 설명대로라면 노 씨가 사퇴를 종용받아 왔는데도 8개월이나 지난 지난달 5일에야 그만둔 이유는 석연치 않다.
정치권 일각에선 노 씨가 우전을 인수한 지코에 계속 잔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으나 사행성 성인게임기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난달 초부터 본격화되자 갑작스럽게 사표를 낸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코의 우전 인수합병에 역할?=청와대는 이날 “노 씨는 지코와 우전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무한투자가 지난해 11월 우전의 대주주가 된 직후 7명의 등기이사 중 6명은 모두 물러났는데도 유독 노 씨만 남게 된 경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한투자가 노 씨의 역할을 인정했다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코가 이후 무한투자로부터 우전을 다시 인수할 때 노 씨가 ‘대통령 조카’라는 점이 인수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회사 사직 다음 날 검찰 압수수색 사실 발표=노 씨는 지난달 5일 지코 사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지코가 우전을 인수한 뒤 이사를 바꾸기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열기 하루 전이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검찰은 노 씨가 사퇴한 바로 다음 날인 임시주총일에 ‘바다이야기’ 제조공장 등 4, 5곳에 대한 압수수색 사실을 발표했다. 이 때문에 사전에 조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명계남 씨 관련 의혹은 사실무근”=청와대는 ‘바다이야기’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친노(親盧) 인사 명계남 씨에 대해선 “의혹 자체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바다이야기’를 둘러싼 명 씨 관련 의혹이 프로그램 개발 단계에서 흘러나온 터라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절실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 민정수석은 이날 “바다이야기 프로그램 개발 단계에서도 여러 의혹이 있는데 조사를 한 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조사 대상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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