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男 “외모 더 따져…” 재혼女“경제력부터…”

  • 입력 2006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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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한 사립학교 교사 이모(38·여) 씨. 7년 전 남편과 사별한 그녀는 2005년 봄부터 맞선을 보기 시작했다가 남몰래 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대학원 졸업에 교사라는 조건에 솔깃하던 남성들이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산다”라는 말만 나오면 태도가 달라졌다.

그녀는 작년 10월 친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구청의 8급 공무원(43)과 재혼했다. 조건이 좋지 않더라도 아들을 진심으로 받아주는 사람을 선택한 것.

이혼율의 증가, 사고방식의 서구화로 작년 한 해 재혼한 사람이 12만6438명(남성 5만9772명, 여성 6만6666명)에 이를 정도로 재혼 가구가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혈연주의가 강하게 남아 있어 남편과 사별 혹은 이혼 후 아들을 키우는 여성이 재혼할 경우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실증적인 통계를 통해 확인됐다.

본보취재팀은 결혼정보업체인 ‘선우’로부터 1999∼2006년에 재혼을 했거나 재혼을 전제로 교제 중인 커플 1014쌍에 대한 정보를 받아 충남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유성렬 교수와 함께 ‘컴퓨터활용보도(CAR) 기법’을 통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출산 경험이 있지만 자녀를 본인이 키우지 않는 여성이 재혼했거나 현재 교제 중인 상대 남성의 평균 연봉은 7063만 원이었다. 하지만 아들이 1명 있는 경우에는 5600만 원으로 줄었다. 딸 1명인 경우는 6269만 원.

맞선 후보자들이 상대방에게 원하는 조건, 결혼정보업체가 나름대로 평가한 맞선 후보자의 등급, 남성 맞선 후보자의 연봉과의 상관관계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하지 않은 일반 재혼여성의 경우는 그 격차가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재혼 성사율을 높이려는 결혼정보업체들이 고소득이나 고학력, 외모가 뛰어난 여성을 제외하고는 아들을 키우거나 자녀가 2명 이상인 여성을 가급적 회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

한국결혼문화연구소 이희길 소장은 “남성들이 아들이 딸린 상대방과 결혼할 경우 훗날 핏줄이 다른 아들에게 재산을 상속할 수 있다는 사실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혼시장에서 여전히 여성은 약자다. 분석 대상 중 연소득 2000만 원 이하의 여성들이 만나는 남성의 평균 연봉은 5593만 원에 재산은 4억1000만 원. 반면 2000만∼3000만 원을 버는 여성들이 만나는 남성의 평균 연봉은 5380만 원에 재산은 2억4000만 원으로 오히려 적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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