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수련회 중고생 4명 갯벌서 썰물 휩쓸려 사망

  • 입력 2006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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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여름수련회를 떠났던 중고교생들이 갯벌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갯골에 빠지면서 바닷물에 휩쓸려 4명이 숨지는 변을 당했다.

1일 오전 10시 40분경 인천 강화군 화도면 장화리 청소년수련원 앞 갯벌에서 인천 부평구 십정동 H교회 소속 김민희(18·고3) 양, 김 양의 동생 김영호(16·고1) 군과 최진한(16·고1), 고진석(15·중3) 군 등 4명이 갯골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썰물에 휩쓸려 익사했다.

갯골은 갯벌 가운데 바닷물이 빠지면서 생기는 조그만 골짜기다.

▽사고 경위=인천해양경찰서와 인솔교사 등에 따르면 H교회 중고등부 소속 학생 16명과 인솔교사 3명, 전도사 등 20명은 이날 오전 9시 반경 물놀이를 위해 갯벌에 들어갔다.

이날 강화지역 만조 시간은 오전 9시 20분경. 이들은 해안에서 2km 떨어진 무인도로 가기 위해 계속 바다 쪽으로 향했다.

변을 당한 학생들은 만조 때가 지나 바닷물이 조금씩 빠지자 호기심에 더 깊은 바다로 걸어가다 해안에서 800m 떨어진 지점에서 깊이 1∼2m의 갯골에 빠졌다.

당시 물은 허리 정도에 찼지만 갯골에 빠지면서 코와 입으로 흙탕물이 밀려들어왔고 당황한 학생들은 허우적거리다 바닷물에 휩쓸렸다. 갯골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을 움직이면서 더 깊이 빠져들었고 썰물의 유속도 빨라졌다.

불과 10여 분 사이에 4명의 학생이 친구들과 인솔교사가 보는 앞에서 “살려 달라”는 말도 제대로 외치지 못한 채 바닷물 속으로 사라져갔다.

인솔교사 유원태(34) 씨는 경찰에서 “숨진 김 양 등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해안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지역의 갯벌까지 나갔다가 순간적으로 변을 당해 손을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전 불감증이 일으킨 참사=이번 사고는 갯골 등 갯벌의 특성과 바닷물 흐름 등을 전혀 알지 못해 빚어진 참사였다.

강화군 주민들에 따르면 갯골은 수렁과 같아서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더 깊이 빠지는 것이 특징. 장화리 갯벌의 특성은 해안에서 10m까지는 수심이 낮고 평탄하지만 더 들어가면 갑자기 급경사가 지고 갯골이 많다.

장화2리 김종복(40) 이장은 “최근에 강화지역에 250mm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갯골이 더 깊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갯골에 빠진 사람이 유속이 빠른 썰물을 만나면 수영을 잘하더라도 물을 헤쳐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최 군과 고 군의 시신이 안치된 강화병원 영안실은 갑작스러운 비보를 듣고 달려온 유가족과 지인들의 울음바다로 변했다.

고 군의 아버지 고상계(60·교사) 씨는 “인솔자가 사전에 바다에 대해 교육을 하고, 사전답사를 통해 현지 사정을 알아본 뒤 아이들을 데리고 갔으면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김 양 남매의 시신은 인하대병원 영안실에 안치됐다.

▼나흘새 전국서 30여명 익사▼

한편 장마가 끝나면서 ‘찜통더위’가 계속되자 물놀이 사고가 잇따라 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4일 동안 30여 명이 사망하고 7명이 실종됐다.

강화=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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