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병준 부총리, 사퇴가 그나마 교육적이다

  • 입력 2006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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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동일한 논문을 두 곳의 학술잡지에 실어 연구실적을 부풀린 사실이 새로 확인됐다. 국민대 교수 시절이던 1999년 교육부의 두뇌한국(BK)21 사업에 동료 교수들과 참여해 2억700만 원의 연구비를 타낸 뒤 연구실적을 발표하면서 같은 논문을 두 대학의 학술지에 각각 게재했다는 것이다. 학자로서 학문적 양심을 내던진 행위였다. 그런 흠결은 교육부총리에겐 더욱 문제가 된다.

그는 논문 이중게재를 사과(謝過)한다면서도 “조교 등 실무자의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관리 소홀이지 도덕적 책임은 없다”며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국민의 혈세인 거액의 예산을 지원받아 수행한 연구의 최종보고서를 직접 챙기지 못했다는 설명을 믿으란 말인가. 그는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졌을 때는 이미 고인이 된 제자에게, 이번에는 조교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고도 “과거 아닌 미래를 봐 달라. 교육에 관해 생각하고 고민해 온 것을 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대통령정책실장으로 있을 때 ‘과거사 정리’를 노무현 대통령 임기 후반기의 주요 국정과제로 강조한 인물이다. 그런데 교육부총리인 자신의 석연찮은 과거사는 덮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도덕성을 강조하는 현 정권의 이중성을 여기서도 보게 된다.

그는 표절 논란에 대해 “개인적으로 부끄러울 게 없다”고 강변했지만 제자의 데이터를 가로챈 사실까지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교육부의 BK21 사업에 대해 일부에선 ‘연구비 나눠 먹기’라고 비판한다. 연구실적을 과장한 김 씨가 교육부총리 자리에 앉아 BK21 사업을 엄정하게 관리할 수 있겠는가.

김 씨의 자리 욕심을 채워 주기 위해 학부모와 학생을 비롯한 국민이 ‘저런 교육부총리를 모시는 수치’를 참아야 하나. 이쯤에서 그가 교육부총리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이 나라 교육에 끼치는 해(害)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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