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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7월 1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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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강원 인제군 인제장례식장. 이틀 전인 15일 인제군 남면 남전리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순식간에 부모님과 형이 한꺼번에 매몰되는 사고를 당한 심영홍(60·서울 거주) 씨는 비보를 듣고 달려 온 친척들을 맞으며 흐르는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형 영운(66) 씨는 몸이 불편한 부모님을 좀 더 편안하게 모시겠다며 최근에는 새집을 짓고 있던 터였다. 영홍 씨는 이런 형이 너무나 고생한다며 위로도 하고 부모님도 찾아뵐 겸 나흘 전 고향 집을 찾았다가 바로 눈앞에서 엄청난 일을 당했다.
영홍 씨는 15일 낮 12시경 노환의 아버지 심덕흠(89), 어머니 조경난(88) 씨의 수발을 든 뒤 집 앞 하천의 수위를 살피려고 마당으로 내려왔다.
두세 걸음을 옮겼을 때 30∼40m 떨어진 집 뒤편 야산에서 굉음이 울렸다. 토사 더미가 집을 무너뜨리고 마당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흙더미가 쓸고 간 지점은 그가 서 있던 곳에서 불과 1m 앞. 반사적으로 몸을 피한 영홍 씨는 기적같이 목숨을 건졌다.
“바로 눈앞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전혀 손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영홍 씨는 사고 후 장비를 동원해 부모님의 시신은 곧바로 찾았지만 형의 시신은 7시간이나 걸린 힘든 작업 끝에 찾을 수 있었다.
장례식장을 찾은 한 주민은 “효자 아들과 자식 사랑이 지극한 노부부가 어떻게 이런 변을 당했는지 하늘이 원망스럽다”며 안타까워했다.
인제=최창순 기자 cs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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