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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7월 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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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면허 상태에서 사람을 숨지게 만든 사고라서 남편이 구속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다.
변호사를 선임했으나 사건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걱정하는 최 씨에게 주변 사람이 ‘법조브로커’ 안모 씨를 소개해 줬다.
안 씨는 “검찰과 법원의 아는 사람에게 부탁을 해야 빨리 해결된다”며 비용을 요구했다. 최 씨는 6차례에 걸쳐 750만 원을 건넸다. 남편이 구속을 면하자 최 씨는 안 씨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지난해 6월 최 씨는 “남편이 폭행을 당했는데 억울하다”며 다시 안 씨를 찾았다.
안 씨는 “모 검사장이 내 친척이고 모 차장검사, 부장검사를 잘 안다”며 교제비를 요구했다. 최 씨는 136차례에 걸쳐 9414만 원을 건넸으나 사건은 원하는 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김경수)는 3일 안 씨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근 검찰은 하루가 멀다 하고 브로커를 단속해 형사 처벌하고 있다. 법조브로커, 금융브로커, 건설브로커, 의료브로커….
이들은 판검사, 경찰 고위 인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궁지에 몰린 사람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낸다.
▽법조브로커가 전형?=지난해 11월 구속돼 5개월가량 조사를 받았던 윤상림(수감 중) 씨는 판사 검사와 경찰 고위 인사뿐 아니라 정계와 관계 인맥까지 과시하며 사건 청탁 명목으로 돈을 뜯어냈다.
인천지법 형사12부는 부장판사 재직 시절 법조브로커에게서 다른 법원 재판을 유리하게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25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하모(49) 변호사에게 지난달 15일 징역 1년에 추징금 2500만 원을 선고했다.
법관 재직 시절 금품을 받은 변호사에게 실형이 선고된 것은 흔치 않은 일. 통상적으로는 판검사가 재직 시절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될 경우 ‘옷을 벗는’ 방식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다양해진 브로커=최근에는 대출을 알선하는 금융브로커, 건축 인허가 과정에 개입하는 건설브로커가 늘었다. 취업난을 반영한 취업브로커도 생겼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가 구속 기소한 김재록(수감 중) 씨는 금융브로커로 분류된다.
그는 은행 대출을 도와주고 청탁 사례비로 13억 원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됐다.
김 씨는 자신이 브로커로 불리는 데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정상적인 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처리해 주는 ‘컨설턴트’라는 주장이다.
이들에 비해 다소 ‘급’이 떨어지는 브로커도 속속 검찰 수사망에 걸려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한무근)는 지난달 19일 헌병대 장교 출신 군납품브로커 김모 씨를 구속했다. 지난해 10월 모 교도소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복역 중인 조카를 석방시켜 주겠다”며 3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
▽왜 근절되지 않나=법조계는 의정부 법조비리(1998년), 대전 법조비리 사건(1999년)으로 홍역을 치렀지만 법원과 검찰 주변에서는 브로커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정상적인 방법보다는 편법 및 반칙을 통해 일을 해결하는 게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구조와 믿음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박일환 대법관 후보자는 지난달 2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왜 변호사 수임료를 제한하지 않는지 의문스럽다”며 “변호사 수임료를 법으로 제한한다면 전관예우 관행이나 법조브로커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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