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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7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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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리고 네온사인이 불을 밝히자 20, 30대 젊은이들이 골목 끝 지하의 클럽으로 하나 둘씩 들어갔다.
20대 후반의 여성 3명이 자리에 앉자 맥주를 마시던 젊은 남자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이들이 “아저씨, 성수!”라고 외치며 무대로 나가자 남자는 맥주 3병을 시켜 흰 알약을 한 알씩 넣었다. ‘성수(聖水)’는 마약인 엑스터시가 든 음료를 칭하는 은어(隱語).
외국계 디자인 회사에 다니는 한 여성은 “실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 엑스터시가 든 맥주 한잔에 몸을 흔들면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서울 강남과 이태원의 유흥업소, 홍익대 앞 클럽에 퍼진 엑스터시가 사법 당국의 단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
고위 외교관의 자녀인 대학생 A(24) 씨. 잠시 캐나다에 머물던 그는 엑스터시 300정을 30만 원에 산 뒤 3, 4월 두 차례 담뱃갑에 숨겨 밀반입했다. 아버지 덕에 외교 여권을 가진 A 씨는 입국 심사에서 간이 검색만 받고 통과했다.
A 씨는 홍대 앞 클럽에 출입하면서 알게 된 사람에게 1정에 5만∼10만 원을 받고 팔았다. 그렇게 1500만 원을 벌어 고급 오토바이를 샀다.
1999년 입국한 한 탈북자도 지난해 4월 동남아시아에서 엑스터시를 몰래 가져오다 경찰에 붙잡혔다. 그와 함께 탈북한 형 B(25) 씨는 압수되지 않은 엑스터시 10정을 강남의 나이트클럽에서 30만 원에 팔았다.
지방 모 의대 동창으로 서울의 종합병원에서 각각 정형외과와 가정의학과 의사로 재직 중인 C(31·여) 씨와 D(32) 씨.
이들은 진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홍익대 앞 클럽을 찾았던 지난해 2월 “좋은 약이 있다”며 접근한 누군가에게서 엑스터시 11정을 10만 원에 샀다.
이후 석 달간 클럽에 드나들면서 엑스터시를 생수에 타 마신 이들은 마약의 유혹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
서울 S대 강사인 F(28) 씨 역시 지인의 소개로 엑스터시를 접했다가 중독됐다.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5일 엑스터시를 밀반입해 판매한 A 씨와 B 씨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는 한편 C 씨 등 21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은 호기심에 마약을 접한 뒤 두통 등 부작용에 시달리면서도 중독으로 인해 벗어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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