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23개국 대사관 정부에 항의서한… 각국 商議도 반발

  • 입력 2006년 7월 1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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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외국인 자녀들의 교육환경 개선을 목표로 8월 문을 열 예정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용산국제학교의 운영권 변경을 둘러싸고 한국 내 외국인 사회가 술렁거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측이 이 학교 재단이사직을 내놓고 주한 외국대사관들이 한국 정부에 집단적으로 항의 서한을 보내는 등 외교 문제로 비화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어 적잖은 파문이 일 전망이다.》

본보 취재 결과 용산국제학교 설립을 위해 만들어진 코리아외국인학교재단은 2005년 이 학교 운영자 선정과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힌 ‘서울영국국제학교(BISS)’와 학교 운영 자율권을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자 지난달 2일 협상 종료를 결정했다.

이어 재선정 과정을 거쳐 지난달 22일 미국계 기독교 학교인 ‘국제크리스천학교(ICS)’를 새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 호주 뉴질랜드 등 미국을 제외한 여러 나라의 주한 외국인들은 “교사(敎師)까지 확보해 둔 BISS를 갑자기 탈락시키고 미국계 기독교 학교를 선정한 이유가 뭐냐”며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EUCCK는 지난달 28일 학교 운영자 선정 과정에 불만을 제기하며 재단 측에 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통보했다.

미국을 제외한 미주,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중동 지역 23개국 주한 대사관도 최근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외교통상부 서울시 등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BISS의 우선협상자 탈락과 관련해 “일부 외국 기업에서는 이를 문제 삼아 한국 발령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또 유럽 및 아시아 10여 개국 상공회의소도 다음 주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산자부 장관, 대통령사회정책수석비서관 등 정부 고위 인사 8명 앞으로 항의 서한을 보낼 계획이다.

본보가 입수한 서한 초안에 따르면 이들 외국 상의는 “대부분의 국제학교가 특정 종교에 바탕을 둔 미국식 교육을 시키고 있는데 또다시 미국식 기독교 학교가 선정된 것은 학교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납득할 만한 다른 학교를 찾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미국대사관이나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는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한 미국 회사 대표는 “무슬림이나 유대인 등 비(非)기독교인의 학교 선택 기회를 줄인다는 것이어서 미국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이슈”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호민 재단 사무총장은 “재단의 학교 운영 관리 방침에 대한 견해차로 협상이 무산된 것이고, 선정과정에는 문제가 없다”며 “BISS도 이달 공모에 다시 참여했고 이 과정에 EUCCK도 재단이사로 참여했는데 지금 와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천세진 ICS 홍보이사는 “43개 국적의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해 왔고 아시아 최고의 국제학교가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선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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