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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理知논술/이슈&고교교과]붉은 악마

입력 2006-06-20 03:01업데이트 2009-10-0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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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서포터스

전 세계 65억 인구의 축제인 월드컵이 개막됐다. 월드컵을 진정한 축제로 만드는 것은 감독도 선수도 아닌 바로 열두 번째 선수인 서포터스일 것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붉은 악마가 중심이 돼 거리응원이 한창이다. 일부에서는 반(反)월드컵 운동도 벌이고 있다. 국민의 관심사가 월드컵에만 쏠려 있어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부동산 정책 같은 사회의 중요한 현안이 외면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반 월드컵 운동에 대해 비판 여론도 많다. 월드컵은 지구촌 65억 명이 4년에 한 번씩 함께 즐기는 축제인데 반대 운동을 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는 이와 같이 여론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 특수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익집단과는 달리 시민단체는 여론 형성을 통하여 일반적인 공익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정치, 일반사회→ 시민단체와 이익집단의 개념]

자발적 결사체

그렇다면 붉은 악마는 시민단체일까? 붉은 악마는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순수한 단체로서 원칙적으로 영리를 추구하지 않고 자본과 권력의 간섭을 배제한다. 붉은 악마는 특수 집단의 이익이 아닌 일반 국민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시민단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붉은 악마가 될 수 있으므로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국민 모두가 붉은 악마라고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본다면 붉은 악마가 시민단체가 아닌 국민 모두를 지칭하는 개념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붉은 악마 회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홈페이지 가입 등 절차가 필요하다. 따라서 붉은 악마는 구체적인 실체를 가진 단체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붉은 악마는 자발적 결사체이다. 자발적 결사체란 공통의 이해나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집단으로 공동의 목표와 관심, 가입과 탈퇴의 자유, 구성원의 자발성, 규정과 조직의 융통성 등이 특징인 조직이다. 자발적 결사체에는 친목단체·이익단체·시민단체 등이 있는데, 붉은 악마는 자발적 결사체 중에서 친목단체와 시민단체로서의 성격이 혼재돼 있다. [사회문화, 일반사회→ 자발적 결사체]

응원과 상업주의

자발적 결사체는 구조적 긴장을 풀고 정신적 만족을 얻을 수 있으며 국민의 다양한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그렇지만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서 구성원의 무관심과 참여 부족으로 소수의 지도자만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붉은 악마 역시 최근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받은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붉은 악마는 각종 기업으로부터 올해에만 8억 원의 후원을 받았고, 통신업체와 손을 잡고 월드컵 응원가를 모은 음반을 발표했으며, 의류업체와 제휴해서 응원복을 제작해 판매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붉은 악마가 순수성을 잃고 돈벌이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일었던 것이다. 결국 붉은 악마는 얼마 전 대의원회를 열어 기업체를 비롯한 어떤 집단의 금전적 후원도 받지 않지 않겠다고 결의하고 창립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신(新) 붉은 악마 선언”을 했다. 붉은 악마가 이번 일을 계기로 초심을 회복하고 성숙된 자세로 정치적 중립성과 탈 상업성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정치, 사회문화→시민단체의 정치적 중립성, 탈 상업성]

응원문화의 변질

최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등에서 벌어진 거리응원은 방송과 기업이 주도하는 행사로 변질돼 순수 응원문화를 퇴보시켰다는 비판이 있다. 2002년 당시 거리응원의 중심지였던 서울광장은 모 기업이 독점 사용권을 따내기도 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거리응원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순수한 열정을 바탕으로 역동적이고 질서 있는 응원문화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월드컵은 기업이 거리응원의 주체가 되고 시민은 이벤트를 구경하는 객체로 전락하는 등 상업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물론 오늘날 문화는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경제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문화적인 상상력과 창조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자발적이고 역동적인 응원문화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업의 홍보활동이 이루어져야 진정한 기업홍보의 효과가 있을 것이며, 새로운 문화자원의 하나로 자리매김한 월드컵 거리응원도 생명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 사회문화→ 문화의 경제, 대중문화의 문제점]

최 강 최강학원 원장·논술강사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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