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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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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권자의 둘 중 하나가 권리를 포기(투표율 51.6%)한 선거에서, 필자가 사는 지역의 투표율은 평균보다 더 낮았다. 동네와 지역살림을 챙기는 선거였지만 후보와 공약은 안중에 없었고, 중앙정치라는 거대한 파도가 지방적 가치와 생활 밀착형 의제를 휩쓸었다. ‘교육’을 내세우지 않는 후보가 없었지만 정작 교육 문제는 쟁점도 되지 않았으며, 복지 환경 여성 지역경제 등 현실적인 삶의 문제는 외면당했다. 그 결과 이 분야에서 오래 활동한 시민단체 일꾼과 주민운동가들은 전멸했다. ‘묻지 마 투표’로 풀뿌리가 뿌리째 뽑힌 것이다.
아이들도 관심이 많은 선거가 왜 유권자인 어른들에게 외면당하고 내용도 부실한 걸까? 중앙정치 논리에 유권자가 휘둘리고,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제’를 도입해 지방정치가 정당에 완전히 예속됐다는 이유뿐일까?
이런 분석에 공감하지만, 부실한 정치 교육과 그에 따른 낮은 참여율, 그리고 감성적 정치의식에서도 원인을 찾고 싶다. 고3인 딸아이는 선택과목 중 ‘정치’가 제일 어렵다고 했다. 자신이 평소 접하는 ‘생활로서의 정치’가 아니라 정치학 이론을 공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고교에서는 ‘정치 경제’가 필수였지만, 대다수 젊은이는 제대로 된 정치 교육을 받지 못하고 유권자가 된다. 중요한 권리가 부여되는데도 그 과정은 너무 허술하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낮은 투표율과 민의 왜곡 등의 사회적 비용을 국민들이 톡톡히 물고 있는 셈이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높은 정치 참여율 및 합리적 선택은 사회 유지와 국가 발전의 필수요소다. 이를 위해 정치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생활정치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선진국에서는 체계적으로 시민정치 교육을 한다고 하지 않는가?
특히 지방선거는 미래 유권자인 아이들에게 정치 교육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옆집 아저씨와 동네 아줌마가 후보로 나와 생활 주변을 소재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재미도 있다. 자신들과 관계있는 공약 찾기, 부모님과 함께 투표장 가기, 선거관리위원회 자원봉사, 소감문 쓰기 등 다양한 교육 활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전후해 학교에서 ‘계기 교육’을 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우리 생활과 직결된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는 살아 있는 교육을 통해 진정한 민주 시민을 육성해야 한다.
딸아이는 내년 대통령 선거 때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고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아들 녀석도 다음 지방선거 때는 당당히 유권자가 된다. 그때 선택은 그들의 몫이다. 하지만 내일의 유권자를 위해 우리가 오늘 해야 할 일은 제대로 된 생활정치 학습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김장중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부회장·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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