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경북경찰청, 양귀비 소규모 밀재배 집중단속

  • 입력 2006년 6월 6일 06시 30분


경북 김천시 아포읍에서 농사를 짓는 50대 주민 2명이 마당 한쪽에 양귀비(앵속) 1200여 포기를 재배하다 3일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저절로 자랐을 뿐 일부러 재배하지 않았다 ”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옆에 우사가 있으며 양귀비가 자생한 것으로 보기에는 포기 수가 너무 많다”면서 이들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양귀비를 모두 폐기했다.

경북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이달부터 7월 말까지 헬기까지 동원해 양귀비 및 대마 불법 재배를 단속하고 있다.

양귀비가 꽃을 피우는 이맘때면 경찰은 밀재배 현장을 찾느라 분주하다. 양귀비를 재배하는 주민들은 경찰의 눈을 피해 상추와 고추를 재배하는 텃밭에 양귀비를 섞어 심기도 한다.

일부 주민들은 가축 우리 주변 서너 평에 양귀비 수백그루를 재배하다 적발된다. 산 속의 밭에 몰래 심기도 한다. 남부지방에서는 무인도에 양귀비를 몰래 재배해 해양경찰은 섬 곳곳을 뒤지고 있다.

하지만 양귀비 재배지를 찾기란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헬기에서 망원경으로 양귀비 밭으로 의심되는 현장을 살핀 뒤 해당 경찰서에서 확인을 한다”며 “천막으로 가려두거나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재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북 지역에서 매년 이맘때 양귀비 재배로 단속되는 사람은 30명 안팎. 지난해는 3500여 포기를 몰래 재배한 29명이, 2003년에는 40여 명이 경찰에 각각 적발됐다.

지난해 양귀비를 재배했다가 벌금 50여 만 원을 낸 한 농민은 “가축이 아픈 데 좋다고 해서 조금 심었을 뿐인데 벌금까지 매기는 것은 지나치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양귀비는 소의 설사 등 가축질환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농민들 사이에 알려져 있다. 소가 아플 때 여물에 양귀비를 썰어 먹이는 사례가 많다.

호기심도 양귀비 밀재배를 부추기는 한 원인. 지난해 포항의 한 주민은 집 옥상에 양귀비 40여 그루를 심었다가 적발됐다. 이 주민은 “양귀비꽃이 매우 예쁘다고 해서 심었을 뿐이며 다른 목적은 없었다”고 경찰에서 말했다.

호기심에서 양귀비를 심는 경우가 늘어나자 검찰은 2년여 전부터 형사입건의 기준을 20포기 이하로 낮췄다. 하지만 10포기를 심더라도 조사는 받게 되고 과거에 적발된 사례가 있으면 상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경북지방경찰청 정진용 마약수사대장은 “양귀비가 진통제로 좋다는 인식이 뿌리 깊어 소규모로 재배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양귀비는 과실의 유액에서 아편을 뽑아내는 마약류여서 불법으로 재배하면 처벌받는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