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이 의형제”… 대구 송정초교 12명씩 결연

  • 입력 2006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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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회도 의형제 팀끼리” 의형제를 맺은 대구 송정초등학교 어린이들이 4일 교내에서 열린 ‘사랑의 의형제 축제 한마당’에서 캔 쌓기 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대구 송정초등학교
“운동회도 의형제 팀끼리” 의형제를 맺은 대구 송정초등학교 어린이들이 4일 교내에서 열린 ‘사랑의 의형제 축제 한마당’에서 캔 쌓기 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대구 송정초등학교
“우리는 의형제입니다. 서로 도우면서 즐거운 축제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4일 봄 운동회가 열린 대구 동구 괴전동 지하철 안심역 옆 송정초등학교 운동장. 전교회장인 6학년 진성문(陳性汶·13) 군이 인사말을 통해 ‘형제애’를 강조했다.

마라톤의 출전 번호처럼 가슴에 ‘의좋은 의형제’라고 쓴 종이를 붙인 어린이 800여 명이 청군과 백군 대신 64개 의형제 팀을 나눴다.

학생과 학부모, 지역주민 등 1000여 명은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굴렁쇠를 굴리고 꼭짓점 댄스를 즐겼다.

이 학교 학생들은 지난해 3월 의형제자매 관계를 맺었다. 교무회의에서 “의형제를 맺어 주면 학교 폭력을 막고 형제의 정(情)을 느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와 시작했다.

아이들은 “형, 누나, 동생이 많이 생겼다”며 반겼다. 4학년 이원우(李原祐·11) 군은 “처음엔 좀 어색했지만 등하굣길에 새로 생긴 여동생이 달려올 때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지내는 20명도 의형제가 생기면서 표정이 훨씬 밝아졌다. 이들은 “학교 수업을 마치면 복지시설 외에는 갈 곳이 별로 없었지만 이제 형, 동생 집에 가서 밥도 먹고 공부도 할 수 있어 훨씬 재미있다”고 입을 모았다.

부모끼리도 이웃사촌이 됐다. 부모들은 형제가 된 아이를 집으로 불러 함께 공부를 하게 하거나 하루 이틀 지내도록 한다.

아들 둘을 키우는 학부모 김은옥(金銀玉·34·대구 동구 신서동) 씨는 “이제 자식이 12명이 된 셈”이라며 “아이들이 서로 이해하고 돕는 마음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최화수(崔花水) 교장은 “학교폭력이나 ‘왕따’는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나 이해 부족에서 생긴다”며 “어릴 때 맺은 의형제 인연을 평생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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