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 대학 “2008학년도 입시 학생부 50% 이상 반영”

  • 입력 2006년 5월 3일 03시 00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24개 주요 대학이 2일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 반영비율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해 학생부가 전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일방적으로 학생부 확대를 이끌어 내 대학 자율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부 반영비율 50% 이상=대학들은 학생부 반영비율을 50% 이상 확대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아직까지 믿기 어려운 학생부를 바탕으로 어떻게 우수한 학생을 선발할 것인지가 더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2008학년도부터 등급만 제시되기 때문에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들은 논술 등 대학별 고사를 강화하려고 했지만 교육부의 제동으로 최소화해야 할 형편이다.

연세대는 정시모집 반영비율을 학생부 40%, 수능 50%, 대학별 고사 10% 수준으로 논의해 왔으나 재조정하기로 했다. 정시모집 반영비율을 학생부 20%, 수능 60%, 대학별 고사 20% 수준으로 논의해 온 서강대도 대폭 조정할 계획이다.

이들 주요 대학은 명목상 반영비율뿐 아니라 실질 반영률을 얼마나 올리느냐가 관건이다. 같은 대학 모집단위에 지원한 수험생의 경우 내신에 큰 차이가 없어 결국 대학별 고사가 당락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대교협 이현청(李鉉淸) 사무총장은 “모든 전형에서 학생부 반영비율을 50% 이상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학생부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상대적으로 대학별고사의 반영비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율성 침해 논란=주요 대학이 종전 입장을 바꾼 것은 교육부의 ‘압박’ 때문이다.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월 성균관대 고려대 연세대를 잇달아 방문해 대입전형에서 학생부 반영비율을 높여 줄 것을 요청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것이라곤 하지만 대학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에 대교협이 입학처장 모임을 주선했지만 사실은 교육부가 대학에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부분의 입학처장은 모임의 성격이나 내용도 모른 채 참석한 경우가 많았다.

한 대학 입학처장은 “교육부 장관이 대학까지 직접 찾아다니면서 학생부의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주장한 뒤 정책 변화가 있다는 점을 보여 주기 위해 입학처장들을 동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입학처장은 “대교협 사무총장 이임 및 취임식 겸 서로 인사나 하자고 만들어진 자리인 줄만 알았다”며 “교육부가 대학의 경쟁력을 강조하면서 대학이 협의해 만든 전형방법을 이렇게 저렇게 고치라고 강요하는 것은 자율권 침해이며 후진적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 사무총장은 “대학 처장들이 교육부의 강권 때문에 모이진 않으며 2월에도 두 차례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고 말했다.

▽“고교 학력차 무시는 모순”=학생부 반영비율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내신 성적이 불리한 특수목적고, 자립형사립고, 비평준화 지역의 명문 고교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고교에서 내신 경쟁이 치열해지고 학생들은 내신, 수능, 논술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기 때문에 학습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그래서 정부 주장과는 달리 사교육만 더 하게 됐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서울외국어고 관계자는 “내신을 9등급으로 나누고, 대입에서 학생부 반영비율을 높이면 우수한 학생이 몰려 있는 특목고의 경우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엄연히 존재하는 학교 간 학력차를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내신만 확대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K고 2학년 김모(17) 군은 “7개 대학이 전형 계획을 발표한 지 4개월 만에 또 바꾼다니 혼란스럽다”며 “중간고사 때도 사소한 실수 하나에 내신 등급이 바뀔 수 있어 3시간밖에 못 자고 공부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고교생들은 “내신 상대평가로 3년 동안의 중간·기말고사는 수능 12번 보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새 대입제도 때문에 수업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내신 관리 한번 잘못하면 회복이 안 되기 때문에 잔인한 제도”라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의 D학원 관계자는 “내신이 대학입시와 직결된다는 불안감 때문에 내신 전문 학원을 다니는 학생이 크게 늘었다”며 “학생부 반영 확대 발표 때문에 학원 프로그램을 내신 위주로 바꿔 과목별 지도를 하는 학원이 더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