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택 서울시교육감 “공영형 학교 누가 투자하겠나”

  • 입력 2006년 4월 14일 03시 00분


《교육인적자원부가 자립형사립고 도입 확대에 미온적인 가운데 공정택(孔貞澤) 서울시교육감이 자사고 설립을 강력하게 추진할 뜻을 밝혀 주목된다. 정부는 5·31지방선거가 끝난 후인 6월경 자사고 확대 여부에 대한 방침을 정리할 예정이지만 교육 양극화 문제를 강조하는 최근의 정책 기조로 볼 때 기존 6개 자사고의 시범운영 연장 이상의 정책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이런 점에서 강북 뉴타운 지역에 자사고를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은 최종 의사결정 과정에서 교육부와 심각한 마찰과 갈등을 빚을 전망이다.》

▽발언 배경=학력 증진을 공약으로 내세운 공 교육감은 2004년 취임 이후 초등학생 학력평가를 부활하는 한편 자사고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는 유인종(劉仁鍾) 전 교육감이 교육부의 자사고 시범 도입 권유를 거부하는 바람에 서울에는 자사고가 한 곳도 없어 학교 다양화와 교육 경쟁력 면에서 뒤졌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인접한 경기도가 특수목적고를 잇달아 신설해 교육 경쟁력을 높이면서 서울의 우수 학생들을 빼앗아 가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 도입과 함께 최근 설립 신청이 들어온 국제중학교 설립을 인가해 평준화 제도를 보완할 계획이지만 이것도 교육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반대로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공 교육감이 “정부가 자사고 설립을 막는다면 일반 사립고 설립 허가를 내서 자사고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정부의 교육 평준화 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학법 개정으로 사학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사립고 설립을 언급한 것은 실제로 사립고를 세우려는 것보다는 자사고를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기존의 고교를 자사고로 전환할 경우 기존 교사 처리 문제가 쉽지 않아 아예 학교를 신설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공영형 학교·학군 조정 없다”=교육부는 혁신도시에 공영형 혁신학교 50개를 도입하는 것을 자사고의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공 교육감은 “서울에서는 도입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공영형 혁신학교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법인이 경비를 함께 부담해 차별화된 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특성화의 내용은 수월성 교육보다는 인성 전인교육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교육부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도심형 대안학교인 이우학교를 모델로 연구 작업을 하고 있지만 문제는 공영형 혁신학교에 투자하려고 나서는 법인이나 기업이 없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재원 마련이라는 암초에 부닥치고 있는 것이다.

공영형 혁신학교의 개념이 모호하고 시범사업도 해 보지 않고 학교 모델로 본격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공 교육감은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부동산 대책의 하나로 강남과 인근 지역을 묶는 학군광역화를 거론한 데 대해서도 반대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이로써 강남 부동산 값과 관련해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학군 조정 문제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잠복하게 됐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수도권 지자체 ‘교육 생존경쟁’

“우수학생 뺏길 수 없다” 특목-자사고 잇단 추진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 간에 우수 학생 확보전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이들 세 지자체는 우수 학생 확보를 위해 외국어고 과학고 국제고 등 특수목적고와 자립형사립고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중 서울시와 경기도 간의 우수 학생 확보전은 이미 본격화했다. 경기도가 한국외국어대부속외고(용인외고) 등 9개의 외고를 설립해 서울지역의 우수 학생들을 데려가자 서울시교육청은 외고 특별·일반전형 일정을 경기도에 맞춰 2주 앞당기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경기도의 외고 전형이 서울보다 빨라 서울에 거주하는 우수 학생들이 경기도 소재 외고로 많이 유출됐다”며 “서울지역 외고 전형 일시를 경기도와 같게 하거나 오히려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만 성남외고 수원외고 김포외고 등 3개의 외고와 청심국제고(경기 가평군) 등 1개의 국제고가 개교한 경기도는 2010년까지 특목고를 19개로 늘려 ‘특목고 벨트’를 만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길음·아현·은평 뉴타운 등 강북지역에 자사고 3곳 설립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최근에는 영재고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교육청도 대원 영훈 등 2개의 국제중학교에 대해 5월 중 설립 허가를 내주겠다고 밝혔다.

이에 질세라 인천시도 우수 학생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인천지역 중학교 졸업생 중 상위 1%에 해당하는 250여 명이 서울 및 경기 지역 특목고로 진학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들을 붙잡기 위해 뒤늦게 특목고 설립에 나선 것.

인천시교육청은 2010년까지 시교육청이 학교 건립비와 운영비를 전액 부담하는 형태로 외국어고 국제고 과학고 등 특목고 3개를 건립할 예정이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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