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선 소말리아서 피랍…신변위협 없어

  • 입력 2006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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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납치된 동원수산 소속 원양어선 ‘제628동원호’. 연합뉴스
4일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납치된 동원수산 소속 원양어선 ‘제628동원호’. 연합뉴스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4일 오전(현지 시간) 납치된 동원수산 소속 선원들과 선박은 5일 오후 현재 소말리아 동북부 오비아 항 남쪽 해상에 정박해 있으며 한국인 8명을 비롯한 선원들은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말리아 과도정부가 영향력을 갖고 있어”=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내외신 브리핑을 통해 “납치된 선원들이 한국 시간으로 5일 아침까지 수차례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와 전원이 무사함을 확인했다”며 “동원수산의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납치범들과 석방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납치단체의 어렴풋한 윤곽이 파악됐고 소말리아 과도정부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소말리아 과도정부가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조속한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납치된 ‘제628동원호’가 조업과 관련한 단속에 걸렸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나 정부는 소말리아 과도정부에 입어료를 내고 조업허가를 받은 상태여서 국제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일단 금품을 노린 납치일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소말리아 해역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생한 275건의 해적행위 가운데 35건이 일어났을 정도로 위험한 지역”이라며 “이 해역에서의 조업이나 항해를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살아 돌아오기만…”=동원호 선원들은 피랍 직후부터 여러 차례 동원수산 부산지사와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와 “괴한들이 입어허가증을 제대로 해독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알렸다.

최성식 선장은 5일 오전 6시 15분 회사 측과 통화에서 “선원들은 선박에 안전하게 있으며 괴한은 납치 당시 8명이었으나 추가 승선해 12명”이라고 밝혔다. 선원들은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무장단체로부터 과일 등을 제공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사하구 신평동 부산지사에 상황실을 설치한 동원수산은 무장단체가 아직 돈을 요구하지 않고 입어허가증을 확인한 점으로 미뤄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소말리아의 불법조업 단속반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네덜란드 군함의 정선 명령을 무시하고 도주했다는 점에서 해적선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산 감천항을 출항한 동원호는 참치잡이 어선으로 연말 입항할 예정이었다. 최 선장의 부인 조미선(37) 씨는 “제발 살아 돌아오기만을 바란다. 빨리 풀려날 수 있도록 정부와 회사가 최선을 다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랍 경위=동원호는 4일 오전 9시 40분경 인도양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조업을 하던 중 2척의 보트에 나눠 타고 총을 쏘며 접근한 8명의 무장괴한에게 납치됐다.

함께 조업하던 동원수산 소속 선박 2척의 구조 요청으로 근처에 있던 네덜란드 군함과 미국 군함이 추격했으나 오후 4시경 소말리아 영해로 진입하는 바람에 추격이 중단됐다. 이들 함정은 인근 공해상에 계속 머물며 상황을 감시하고 있다고 AP통신이 5일 보도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부산=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동원수산은

동원수산은 창업주인 왕윤국(王允國·84) 회장이 1954년 신흥냉동이라는 이름으로 부산에 설립한 회사로 1970년 사명을 현재의 동원수산으로 바꿨다.

현재 국내 5대 원양어업 회사 가운데 하나로 김재철(金在哲) 전 한국무역협회장이 이끄는 동원그룹 계열사인 동원산업과는 다른 회사다.

동원수산은 모두 19척의 원양어선을 보유하고 있다.

■피랍 선원

최성식(39·선장) 김진국(39) 위신환(39) 황상기(42) 김두익(36) 강동현(27) 이기만(41) 전종원(39).

인도네시아인 9명, 베트남인 5명, 중국인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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